Culture 일반

"짱구 너마저…" 몰락하는 일본 애니[日산지석]


일본 대표작 '도라에몽'과 '짱구는 못말려'
저출산·유튜브 등 영향으로 시청률 뚝↓
금→토 특단대책…"황금시간대 애니 전멸"

편집자주|고령화 등 문제를 앞서 겪고 있는 일본 사회의 모습을 '타산지석' 삼기 위해 시작한 연재물입니다. 당분간 '지피지기'를 위해 일본에 대해 다뤄보려고 합니다.


'짱구는 못말려' 방송 시간이 토요일로 바뀌어 5일 방송된다고 공지하는 내용. /사진=TV아사히




국내에서도 유명한 일본의 대표적 애니메이션 '도라에몽'과 '짱구는 못말려'가 오랜 시간 지켜온 TV 방송시간을 5일부터 옮겼습니다. 이게 큰일인가 싶지만 일본언론들은 지상파 황금시간대(평일 오후 7~10시)에 애니메이션이 전멸했다며 이유를 분석하는 등 관심을 보였습니다. 애니메이션은 일본의 대표적인 문화상품 중 하나이기도 합니다.

TV아사히는 금요일 저녁 7시부터 연달아 방송되던 두 만화를 나란히 토요일 오후 4시대로 옮겼습니다. '도라에몽'은 1979년 첫 방송을 해 1981년부터 금요일을 지켜오던 인기 장수 애니메이션입니다. '짱구는 못말려'도 1992년 시작해 지난 2004년부터 금요일을 계속 지켜왔습니다.

금요일 저녁 하면 떠오를 만큼 대표성을 띤 두 작품이 수십년 만에 자리를 바꾼 배경에는 시대의 변화가 있습니다.

무엇보다 시청률이 많이 떨어졌습니다. 마이니치신문에 따르면 해당 방송사 간부는 "시청률이 6~7%로 매우 어렵다. 시청 습관이 다양해지면서 이 시간대 환경이 어려워졌다"고 털어놨습니다.

도라에몽은 1600회가 넘는 동안 평균 시청률이 15% 가까이 되고, 짱구는못말려도 한창 때 20%를 올리기도 했습니다만 상황이 달라졌습니다. 이미 방송시간을 옮긴 타방송의 '포켓몬'은 발표되는 시청률 순위권 밖으로 밀려났으며 1%대라는 얘기까지 나옵니다.

시청률이 추락한 이유로는 주 시청층인 4~12세의 비율이 줄어든 점이 꼽힙니다. 저출산이 배경인 것입니다. 하지만 이것만으로는 큰 폭의 변화를 설명하기엔 부족합니다.

다른 이유로 꼽히는 것이 아동 학습량 증가 등 빡빡해진 삶입니다. 일본도 맞벌이 가정이 많은데, 퇴근 후 학원에 아이를 데리러 가고 이후 가족의 저녁식사 준비를 하면 오후 7시대에 TV를 보기는 어렵습니다.



'포켓몬스터' /사진=TV도쿄 홈페이지

TV가 맞닥뜨린 더 큰 문제는 새로운 콘텐츠 소비매체의 등장입니다. 유튜브 같은 인터넷 기반의 동영상 서비스가 인기를 끌면서 실시간(본방송)으로 콘텐츠를 봐야한다는 대중들의 생각은 약해지고 있습니다. 아이를 둔 한 직장인은 "아이가 좋아하는 애니메이션을 볼 때는 비디오나 인터넷을 이용한다"고 아사히신문에 말했습니다.

다른 TV방송국의 간부는 도라에몽·짱구는못말려의 시간 이동에 대해 "토요일에 가족끼리 함께 보는 시간대를 만들어주면 좋겠다"고 기대감을 드러냅니다. 인기 만화의 힘을 받아 토요일이 애니메이션의 황금시간대가 됐으면 하는 것입니다.

최근 매체 환경의 변화가 크기 때문에 이 같은 바람이 현실로 될지는 알 수 없습니다. 만화업계에서는 TV 애니메이션 시청률 감소로 인해 가뜩이나 장수 만화가 득세한 상황에서 새로운 작품이 등장하기는 더 어려워졌다는 위기감을 보이기도 합니다.

다만 이러한 TV 애니메이션의 위기를 곧 일본 애니메이션의 위기로 보기는 어렵습니다. 2018년 도라에몽 극장판 '노비타의 보물섬'이 53억7000만엔(약 600억원), 올해 '명탐정 코난' 극장판이 93억엔(1000억원)가량을 벌어들였을 만큼 콘텐츠 수요는 여전하기 때문입니다.

시대 변화에 맞추며 수익원을 다양하게 하는 시도도 있습니다. '포켓몬'을 보유한 TV도쿄는 미국, 중국 등 해외 온라인 스트리밍업체와 계약을 통해 상당한 매출을 올리고 있습니다. 아사히신문 계열 온라인잡지 '론자'(論座)에 따르면, TV도쿄는 2017회계연도 기준 저작권 수입의 70% 이상을 애니메이션에서 거뒀고 애니메이션 매출의 30~40%는 인터넷 스트리밍에서 나왔습니다. 포켓몬의 TV 시청률은 위험 수준이지만 수익이 낮은 건 아닌 것입니다.

TV도쿄 관계자는 이 매체에 "애니메이션의 TV 시청률과 2차 이용 수익이 반드시 일치하는 것은 아니다"라면서 "게임과 연동시키는 기획으로 포켓몬 극장판의 흥행 수입도 회복시켰다"고 말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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