Culture 일반
25곡 다 듣고 떠난 김정숙 여사, U2 공연 왜 찾았나
대통령부인 김정숙 여사 무대 왼쪽에서 조용히 ‘관람’…평화, 평등, 여성 등 메시지에 귀 기울여
김고금평 기자
2019.12.09 10:33 아일랜드 출신 세계적인 록밴드 U2는 음악도 음악이지만, 무엇보다 가치 실현의 상징으로 손꼽히는 그룹이다. 선율에 녹인 메시지들은 진보 너머 이상적 가치에 맞닿아있고 또 이를 실현하기 위한 도구로 애용된다.
세계 각국 정상들과 만나 때론 조언을, 때론 설득을 펼치는 U2 리더 보노의 활동 영역만 봐도 이 그룹이 어떤 정체성으로 음악을 구현하는지 쉽게 알 수 있다.
U2는 특히 국내에서 평화나 통일의 염원에서 늘 빠지지 않는 가치 판단의 기준이기도 하다. 지난 수십 년 간 비무장지대(DMZ)에서 남북의 화합 차원에서 공연해야 하는 그룹으로 유일무이하게 거론된 밴드였다.
8일 서울 고척스카이돔에서 43년 만에 열린 U2의 첫 내한공연에 영부인 김정숙 여사가 찾은 건 결코 우연이 아니다. 남북한 평화를 위한 정부의 노력과 음악을 통한 U2의 구체적 세계평화 실현의 청사진이 보기 좋게 맞아 떨어졌기 때문.
김 여사는 이날 스탠딩석 바로 뒤 무대 중앙에서 왼쪽에 위치한 좌석에서 관람했다. ‘참석’만으로 의무를 다하는 여느 ‘귀빈’의 의례와 달리, 김 여사는 25곡 전곡을 다 듣고 자리에서 일어났다. 마치 보노가 공연 중간중간 내뱉는 모든 메시지를 경청하려는 것 같았다.
U2는 자신의 정체성을 확인하듯 가로 61m, 세로 14m 초대형 스크린 위에 8k 화질의 ‘의미 있는 영상’을 계속 틀어댔다.
‘오 그대여, 울지 마세요/오 내 사랑, 눈가의 눈물을 훔쳐내세요/강해지기 위해 당신이 필요하단 걸 알잖아요~’하는 메시지가 들어간 곡 ‘Ultraviolet’에선 가수 설리, 서지현 검사, 영부인 김정숙 여사, 최초의 여성 서양화가 나혜석, 범죄심리학자 이수정 경기대 교수, 국가무형문화재 해녀 등 역사를 새로 쓴 진보적 여성들이 잇따라 화면에 등장했다.
보노는 “세계 여성들이 단결해 역사를 새로 쓴 ‘허스토리’로 만드는 날이 ‘뷰티풀 데이’”라고 말했다. 스크린엔 “우리 모두가 평등해질 때까지는 우리 중 누구도 평등하지 않다”는 메시지가 한글로 새겨지기도 했다.
한국 여성들의 스크린 등장은 U2 측이 직접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를 통해 얻은 정보를 바탕으로 꾸민 것으로 알려졌다.
김 여사가 가장 관심을 보인 무대는 앙코르 8곡 중 마지막 곡인 ‘one’이었다. 베를린 장벽이 무너지는 광경을 보고 지은 이 곡은 빈곤과 질병 종식을 위한 기구인 ‘ONE’의 설립으로까지 이어졌다. ‘평화’로 시작해 ‘평등’의 가치까지 껴안은 깊은 메시지가 담긴 곡인 셈이다.
보노는 이 노래를 부르기 전 “북쪽으로 사랑의 메시지, 평화의 기도를 보낸다”고 말한 뒤 아일랜드의 아픔을 꺼내며 “남북으로 나뉜 우리 땅으로부터, 역시 남북으로 나뉜 여러분의 땅으로”라고 외쳤다.
김 여사는 이 곡을 듣고 자리에서 일어났다. 공연을 관람하던 관객 중 일부가 김 여사를 알아보고 인사하자, 김 여사는 몇 명과 악수한 뒤 조용히 빠져나갔다. 김 여사는 공연 전 보노와 환담도 가진 것으로 알려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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