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삼성 금융사, '60세룰'보다 무섭다는 '50세룰'

[현장클릭]제조업 계열사보다 직급 체류기간 길어, 50세 부장 임원승진 분수령…내부승진 CEO '바늘구멍'




“직원들은 60세가 돼 사장을 그만둬야 하는 것보다 50세에 임원이 못 돼 회사를 그만둬야 하는 게 무섭습니다.”(삼성 금융계열사 관계자)

삼성그룹 금융계열사의 사장단과 정기 임원인사가 마무리됐다. 사장단은 이른바 ‘60세룰’이 적용됐다. 사장 뿐만 아니라 부사장, 전무, 상무 등 임원들도 대부분 50대다.

삼성그룹 인사에 이른바 ‘60세 룰’이 굳어지면서 40대 중후반 부장급들의 고민이 깊어졌다. 제조업 등 다른 계열사에 비해 직급 체류기간 이 긴 금융 계열사들이 더욱 그렇다. 삼성생명이나 삼성화재 등은 통상 48~49세에 임원 승진을 한다. 경쟁사인 한화생명, 교보생명, 현대해상, 동부화재 등의 임원 승진이 대개 50대 초반이라는 점을 고려하면 2~3년 가량 빠르지만 삼성 그룹 내 다른 계열사와 비교하면 2~3년 정도 늦다.

인사 적체가 심해져 삼성금융계열사에선 ‘50세에 임원이 못되면 임원 달기는 어렵다’는 말도 나온다. 50세를 넘어 6년 이상 파트장을 맡고도 임원이 못되면 임원 승진을 포기하고 다니거나 회사를 관둔다는 것이다. ‘50세 룰’이라는 말이 생길 정도로 50세는 분수령이 됐다.

50세 전후에 가까스로 임원을 달아도 내부승진으로 최고경영자(CEO)가 되는 것은 더 어렵다. 이번에 승진한 임원들의 경우 1969년생 상무가 대거 포함됐는데 이들은 만 51세다. 상무(6년), 전무(3년), 부사장(3년) 등 통상적인 임원 승진 과정을 거치면 부사장을 마쳤을 때 이미 60세가 된다.

전영묵 삼성생명 대표 내정자, 김대환 삼성카드 대표 내정자, 심종극 삼성자산운용 대표 내정자가 1986년 삼성생명 입사 동기라는 점이 화제가 됐지만 앞으로는 이 같은 ‘샐러리맨의 신화’는 탄생하는 게 쉽지 않다. 이들이 입사했던 35년 전과 지금의 상황이 많이 달라져서다.

1980년대 입사자의 경우 입사 7년차에 과장, 16년차에 부장 진급이 일반적이었다. 반면 1990년대 입사자는 20년차도 부장 진급을 못하는 경우가 늘었다. 제조업과 동일한 인사 원칙이 적용되면 일반적인 금융 CEO 양성 플랜을 통해서는 금융계열사에 50대의 내부 승진 CEO는 사실상 불가능한 것이다.

삼성그룹에 정통한 관계자는 “과거 금융계열사에는 삼성전자 등에서 발탁되거나 금융일류화추진팀 등에서 일한 후 특진으로 승진을 빨리한 경우가 종종 있었지만 지금은 그런 기회조차 드물다”며 “직급 체류 기간이 긴 금융권의 특수성으로 누락 없이 진급을 하더라도 50세 집에 가야 할 걱정을 하게 됐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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