트랜스휴먼

대기업 나와 정육점 간 남자

[피플]김원경 (주)기본 이사



김원경 (주)기본 이사 / 사진제공=김원경



2018년 겨울, 동네 정육점들을 찾아다녔다. 정육점 주인에게 일을 배우고 싶다고 사정했다. 급료를 받지 않아도 좋다고 했다. 매번 문전박대만 당했다. 일에 제대로 도움도 안 될 낯선 이에게 자신의 '비급'을 알려줄 수 없다는 이유였다. 하지만 포기하지 않았다.

고기 브랜드 '고기상'을 운영하는 '기본'의 김원경 이사(35)는 본래 대기업 상사맨이었다. 서울대 경영학과 졸업 후 포스코대우 농수산팀에서 일하면서 축산업, 즉 고기 사업에 눈을 떴다. 기회를 포착했고 행동에 옮겼다. 주변에선 '도대체 왜 이걸 하려고 하느냐'고 말렸지만 그에게 고기 사업은 '블루오션' 이었다. 동료가 설립한 고기 관련 스타트업으로 옮긴 것도 이 같은 확신 때문이었다.

김 이사는 "고기 사업은 분명한 진입 장벽이 있는 산업"이라며 "고기를 단순히 팔수는 있지만 이를 제대로 이해하고 다루는 것은 어려운 일"이라고 말했다.

그는 고기 다루는 일을 진정성 있게 하기로 했다. 우선 식육처리 관련 대표 국가기술자격인 식육처리기능사에 도전했다. 필기시험은 책을 보고 공부하면 되지만, 실기는 현장에서 직접 땀 흘리며 익 힐 수밖에 없다.

지인의 소개로 겨우 이태원의 한 정육점에 발을 들일 수 있었다. 정육점 막내의 임무인 랩 포장부터 시작했다. 고기가 신선하게 보일 수 있도록 치우침 없이 팽팽하게 포장하는 것이 관건이다.

이후 칼을 잡을 수 있었다. 찌개 거리, 국거리 고기 썰기를 했다. 칼 쓰기가 숙달되면서 구이용 부위 손질도 할 수 있게 됐다. 마지막 관문은 돼지 발골이다. 정해진 시간 내에 각 부위를 용도에 맞게 적절히 잘라내야 한다. 밤 10시 가게 문을 닫고 새벽까지 칼질을 했다.

김 이사는 "지난해 6월 자격증을 받아들었을 때 울컥했다"고 털어놨다. 이제 그는 회사에서 취급하는 고기를 직접 다룬다.

김 이사는 고기는 생산부터 손질, 가공까지 전 과정이 중요하다고 강조한다. 이를 위해서는 철저한 검증 및 테스트가 필수다. 그는 "고기는 우리가 직접 먹어본 후 고객에게 판매한다"고 말했다. 아무리 등급이 높은 고기라고 해도, 맛이 없으면 소용이 없다.

김 이사는 '요리'를 먼저 생각한다. 그는 "현장에서 만난 고객들은 보통 '미역국에 들어갈 고기', '돈가츠 만들 고기'를 달라고 한다"며 "소비자의 머리속에는 '요리'가 있지 '고기'가 있지 않다"고 말했다.

김 이사는 "보다 많은 사람들에게 '맛있는 고기'를 제공하고 싶다"고 했다. 진정한 고기 파는 상인이 되는 것이 그의 꿈이다.



김원경 (주)기본 이사 / 사진제공=김원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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