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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재용 부회장 '대국민 사과' 초읽기…무슨 말로, 어떻게 사과할까?

삼성-준법위, 막판 조율 중…재판중인 민감 사안은 포괄적 표명할 수도



박근혜 전 대통령과 최서원(개명 전 최순실)에게 뇌물을 준 혐의로 재판에 넘겨진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이 지난 1월17일 오후 서울 서초구 서울고등법원에서 열리는 파기환송심 4차 공판에 출석하고 있다. /사진=김창현 기자

삼성 준법감시위원회(준법위)로부터 '대국민 사과'를 권고받은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이 어떤 내용과 형식으로 사과 입장을 밝힐 지 주목된다.


대국민 사과 수용 불가피…형식·수위 막판 조율중


8일 재계에 따르면 삼성은 답변 시한인 오는 10일까지 이 사안에 대한 구체적 입장을 내놓기로 방침을 정했다. 현재 삼성은 대국민 사과를 어떤 형식을 갖춰, 어떤 내용으로 할지 최종 조율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당초 이 부회장이 직접 기자회견에 나서는 방안도 거론됐으나 코로나19(COVID-19) 확산을 막기 위한 '사회적 거리두기' 국면에서는 많은 사람들이 몰리는 기자회견보다 서면 발표가 더 바람직하다는 의견이 나온다.

삼성은 준법감시위원회에 이런 문제들을 어떻게 답변할 지 극비리에 논의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삼성 관계자는 "이 문제에 대해 결정된 게 없으므로 전달해줄 사항이 없다"며 신중한 입장을 보였다.

삼성 준법감시위원회 관계자는 "아직 삼성 측에서 답변이 오지 않았다"며 "시기나 형식 등에 대한 논의가 오가고 있는 것은 분명하다"고 밝혔다. 준법감시위원회는 삼성측 답변을 본 후 그에 대한 위원회 입장을 보도자료로 낼 계획이다.

이에 앞서 삼성 준법감시위원회는 지난달 11일 삼성에 전달한 권고안에서 삼성 최고경영진에 대한 준법 의제를 △경영권 승계 △노동 △시민사회 소통 등으로 나누고, 각 의제에 따라 이재용 부회장과 삼성 계열사가 대국민 사과와 재발 방지 대책을 마련해 30일안에 답변해 달라고 요구했다. 그 마감 시한이 오는 10일로 다가온 것이다.


사안 따라 답변 수위 다를 듯…'경영권 승계' 관건




삼성그룹 준법감시위원장으로 내정된 김지형 지평 대표 변호사가 지난 1월9일 오전 서울 서대문구 지평 사무실에서 초대 위원장 수락 배경을 설명하고 있다. /사진=김창현 기자

재계에서는 각 사안별로 삼성의 답변 수위가 다를 가능성이 높다고 본다. 시민사회 신뢰 회복을 위한 실행 방안 요구에 대해선 삼성 측 부담이 덜하다. 반면 경영권 승계나 노동 문제에 대한 답변은 여러 가지로 고려할 점이 많다는 후문이다.

삼성준법감시위원회는 과거 총수 일가의 경영권 승계 과정에서 준법 의무 위반 행위에 대한 이 부회장의 반성과 사과를 요구했다. 그러나 아직까지 국정농단 파기환송심 재판이 진행 중인 상황에서 이 문제에 구체적인 답변을 내놓기는 어렵지 않느냐는 목소리가 나온다.

자칫 잘못을 시인하는 것으로 비춰질 경우 재판에도 중대한 영향을 미칠 수 있어서다. 일부에선 재판 중인 문제에까지 민감하게 사과를 요구하는 것 자체가 오해의 소지가 있다는 지적도 들린다.

노동 의제와 관련한 준법감시위원회의 사과 요구도 짚어볼 내용이 있다는 진단이다. 준법감시위원회는 이 부회장에게 삼성 계열사의 과거 노동법규 위반에 대한 반성과 사과는 물론 무노조 경영방침 폐기를 선언해달라고 요청했다.

이와 관련 삼성전자와 삼성물산은 이미 삼성전자서비스 노조 와해 사건 1심 판결 직후 곧바로 사과 성명을 밝힌 바 있다. 이 역시 아직 항소심이 진행 중인 사건이어서 이 부회장이 이 문제를 직접 사과한다는 것은 후속 재판에 영향을 줄 수 있다.

이와 관련 준법감시위원회 관계자는 "현재 재판 중인 사안에 대해서는 답변이 제한적일 수 있다는 점을 잘 알고 있다"며 "삼성의 역사 속에 존재했던 많은 위법 행위들에 대해서 사과를 요구하는 것"이라고 말했다.

이 관계자는 "답변 형식에 위원회가 결정할 사안은 아니지만 진정성 있는 답변을 위해 많은 사람들이 공감할 수 있는 방식을 택하면 좋겠다"고 밝혔다.


삼성 답변 수위에 준법위 위상·향후 활동 달려





삼성 준법감시위원회는 삼성이 오는 10일까지 권고안에 대한 답변을 밝힐 경우 오는 21일 임시회의를 열고 이 문제에 대해 논의할 예정이다.

한편 삼성의 사과 관련 답변은 준법감시위원회의 위상을 높이고, 향후 활동 범위를 결정하는 중요한 분기점이 될 전망이다. 준법감시위원회는 지난 2월 출범 이후 이 부회장 감형을 위한 조직 아니냐는 잡음에 시달렸다. 이 때문에 위원회가 이 부회장을 향해 대국민 사과를 요구한 것은 이런 논란을 잠재우고 준법감시위원회의 무용론을 일축하는 초강수라는 분석이다.

이경묵 서울대 교수는 "삼성이 과거의 불법행위에 대한 잘못을 포괄적으로 사과할 순 있겠지만 각 사안에 대한 구체적인 답변은 여러 가지로 힘든 측면이 있을 것"이라며 "준법감시위원회는 삼성의 현재와 미래에 준법경영을 철저히 하도록 감시하는 역할에 더 집중해야 한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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