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수의 휴리스틱스

벤츠 대신 테슬라 사는 소비자, 애플 대신 테슬라 사는 투자자

[i-로드]<74>제품을 구매하는 사람들이 늘면 회사 주가는 오른다

편집자주|i-로드(innovation-road)는 기업이 혁신을 이루기 위해 어떤 노력이 필요한지를 알아보는 코너입니다.


/그래픽=임종철 디자인기자

#“길거리에 테슬라가 엄청 늘어났네. 뉴스에선 테슬라가 곧 파산할거라고 떠드는데 말이야. 영 딴 얘기네.”

지난해 4월 미국을 방문했던 필자는 길거리에 전기차 테슬라(Tesla)가 눈에 띄게 늘어난 것을 목격했습니다. 그래서 확신을 가지고 테슬라 주식을 매수했습니다.

그러나 당시 뉴스에서는 테슬라가 실적 부진과 재무상태 악화로 파산이 멀지 않았다는 보도가 심심치 않게 나오던 상황이었습니다. 사실 테슬라는 기업이 상장된 2010년 이후 한 해가 멀다 하고 끊임없이 부도설에 시달려 왔기 때문에 2019년 봄의 부도설이 새로운 얘기는 아니었습니다.

2018년 초에도 모델3의 생산 차질에 모델X의 배터리 폭발 사고까지 겹치면서 자금 사정 악화와 추가 조달의 어려움으로 6개월 내에 파산할 수 있다는 우려가 증권가를 덮었습니다. 구체적인 수치를 거론하며 현금이 8월께 바닥이 날 것이라는 분석이 등장했고, 2019년엔 부도가 날 확률이 10%, 앞으로 5년 내에 부도가 날 확률이 50% 가까이 된다는 주장도 나왔습니다.

테슬라 주가는 부도설이 크게 불거질 때마다 뚝뚝 떨어졌는데, 우리나라와 달리 공매도가 자유롭게 허용되는 미국에선 공매도 투자자들이 증권방송에 출연해 테슬라의 회사 가치가 제로라며 공공연히 공매도를 부추기는 일이 벌어지기도 했습니다.

그러면서 필자가 테슬라 주식을 매수한 지난해 4월엔 지지선이라고 여겼던 300달러가 무너지고 전고점 대비 30% 가량 하락했습니다. 이후에도 하락세가 멈추지 않았고 6월 들어선 200달러 선도 무너졌습니다.

#“아내가 테슬라 SUV를 원해서 구매했어. 아주 비싼 장남감을 산 기분이야.ㅎㅎ”

지난해 겨울 필자의 한 지인은 테슬라 SUV를 구매했다며 아주 비싼 장난감을 산 기분이라고 은근히 자랑을 늘어놓았습니다. 자신은 벤츠나 BMW를 원했는데 아내가 테슬라를 선호해서 결국 테슬라 차량을 구매했다고 밝혔습니다. 필자는 이것을 한국에서도 벤츠나 BMW 대신 테슬라를 선호하는 사람들이 조금씩 늘기 시작했다는 징조로 여겼습니다.

사실 테슬라는 그동안 한국에서 별로 인기를 끌지 못했습니다. 테슬라가 수입 판매되기 시작한 지 3년여 지났지만 한국 소비자에게 결코 '최애' 차량이 아니었습니다. 고급 외제차를 살 거면 벤츠나 BMW를 구매하지 테슬라는 사려하지 않았습니다. 왜 그 비싼 가격에 테슬라를 사느냐고 핀잔을 듣기가 십상이었죠.

그러나 조금씩 한국 소비자들의 시각이 달라지고 있다고 합니다. 최근 테슬라 차량은 계약을 체결한 후 고객에게 인도될 때까지 수개월에서 길게는 1년이 걸린다는 얘기마저 나올 정도로 한국에서도 수요가 부쩍 늘고 있다고 합니다.

미국에선 테슬라를 바라보는 소비자의 시각이 날이 갈수록 좋아지고 있습니다. 예컨대 테슬라의 대표적인 비판자였던 미 증권방송 cnbc의 매드머니(Mad Mondey) 진행자 짐 크레이머(Jim Cramer)는 지난해 12월 아내가 테슬라 SUV를 사자고 조르는 통에 자신이 직접 시승을 해봤는데 그 뒤로 완전히 테슬라 차량에 매료됐다며 이제는 테슬라의 성장성을 확신한다고 고백했습니다.

필자가 방문한 미국의 캔자스시티 외곽에도 지난해 테슬라 매장이 신축되기 시작했습니다. 캔자스시티는 지난 주 열린 2020년 미식축구 슈퍼볼(Super Bowl) 우승팀인 KC Chiefs의 연고지이기도 합니다. 이곳에 테슬라 매장이 생길 정도로 미국 전역에서 테슬라 차량에 대한 수요가 꾸준히 늘고 있다는 점은 부인할 수 없는 사실입니다.

#“테슬라 주식을 한국에서도 매수할 수 있나요?”

올해 들어 테슬라의 주가가 100% 가까이 급등하면서 국내 투자자들 사이에서 큰 화제가 되고 있습니다. 한국에서도 테슬라 주식을 직접 살 수 있는지 문의하는 사람이 부쩍 늘고 또 직접 매수하기 위해 밤잠을 설쳤다는 사람도 많습니다.

실제로 세이브로에 따르면, 올해 들어 지금까지 결제금액 기준으로 국내 투자자가 가장 많이 매수한 해외 주식은 바로 테슬라입니다. 테슬라 주식은 애플(2위)이나 아마존(3위)을 제치고 국내 투자자들 사이에서 '최애' 주식으로 떠올랐습니다.

국내 투자자의 테슬라 매수금액은 3억2667만 달러로 2위인 애플의 2억1060만 달러를 월등히 앞서고 있습니다. 15일 현재 보유금액 기준으로도 국내 투자자들은 테슬라(3억6708억 달러)를 애플(3억4188억 달러)보다 더 많이 보유하고 있습니다. 이는 국내 투자자들이 얼마나 테슬라 주식을 선호했는지를 단적으로 보여줍니다.

테슬라 주가 랠리를 이끄는 요인으로는, 지난해 3분기와 4분기에 연속 흑자를 냈고 특히 기대치를 크게 상회한 4분기 실적은 불에 기름을 붓는 격이었습니다. 중국 공장이 1년 만에 가동에 성공하고 중국 정부가 전기차에 대한 보조금 지급을 계속하겠다고 약속한 것도 주가 급등의 배경으로 거론되고 있습니다. 또한 올해 EU의 탄소배출 규제 강화로 유럽에서 전기차 판매가 급증할 것으로 예상되는 점도 호재로 작용하고 있습니다.

주가 급등으로 15일 현재 테슬라 시가총액은 1470억 달러로 미국 최대 자동차 회사인 GM(497억 달러)과 포드(321억 달러) 그리고 한국 최대 자동차 회사인 현대차(285억 달러)와 기아차(143억 달러)를 모두 합한 것보다 큽니다. 유럽 최대 자동차 회사인 폭스바겐의 시가총액(927억 달러)도 이미 추월했습니다. 현재 전 세계 자동차 회사 가운데 테슬라보다 시가총액이 큰 회사는 일본의 토요타(2287억 달러) 외에는 없습니다.

그러면서 테슬라 주가 버블 논쟁이 또다시 불거지고 있습니다. 테슬라 주가 버블 논쟁은 주식 상장(IPO) 이후 계속돼온 해묵은 소재이지만 다시 고개를 들고 있습니다. 테슬라 회의론자들은 지금의 실적으로는 도저히 현재의 주가를 정당화할 수 없다고 강하게 비판합니다. 현재의 주가가 정당화되려면 향후 실적이 천문학적으로 증가해야 한다고 현재의 주가를 부정합니다.

그런데 여러 비판 가운데 지난해 6월 저점 대비 단기간에 주가가 4배 이상 급등했기 때문에 버블이라고 말하는 것은 적절하지 않습니다. 올해 들어 91% 넘게 올랐기 때문에 버블이라고 말하는 것도 잘못된 평가입니다.

앞으로 전기차 시장이 얼마나 성장할 것이고 또 소비자들의 테슬라 차량 구매가 얼마나 폭발적으로 늘어날 것인지가 판단의 핵심이 돼야 합니다. 필자가 미국에 방문할 때마다 길거리에 테슬라가 꾸준히 늘어나는 걸 목격하고 신규 테슬라 매장이 곳곳에 생기는 걸 보듯이, 그리고 필자의 지인이나 크레이머 같은 비평가가 마음을 바꿔 전기차인 테슬라 SUV를 구매하는 것처럼 점점 많은 사람들이 테슬라를 구매하기 시작한다면 주가는 오를 수밖에 없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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