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수의 휴리스틱스

재난지원금, 정치권은 합심했고 정부가 수정할 차례다

[같은생각 다른느낌]재난지원금이 효과를 보려면 충분성과 신속성이 중요



/그래픽=김현정 디자인기자

코로나19 피해를 입고 있는 국민들은 한시라도 소득 지원이 아쉬운데 정치권과 정부는 긴급재난지원금 지급에 동의하면서도 지원대상과 규모를 놓고 입씨름하기 바쁜 형국이다.

지난달 30일 청와대와 정부는 소득 하위 70% 가구를 대상으로 4인 가구 기준 100만원을 지급하는 방안을 발표했다. 하지만 바로 지급대상 선정 논란에 휩싸였다. 불만을 최소화하려면 많은 사람들이 쉽게 납득할 수 있는 기준을 택해야 하는데 소득 하위 70% 기준이 불명확한데다 선정에도 시간이 걸린다. 최상위 소득층만 제외하거나 전체를 대상으로 했어야 했다.

다행히 최근 들어 여야가 변화된 모습을 보였다. 이해찬 더불어민주당 대표는 소득 하위 70%에서 전 국민으로 대상을 확대하자는 의견을 내놓았다. 황교안 미래통합당 대표도 전 국민을 대상으로 50만원씩 지급하자고 견해를 바꿨다. 심상정 정의당 대표와 이재명 경기지사, 김경수 경남지사, 유시민 노무현재단 이사장은 애초부터 전 국민을 대상으로 지급하자는 의견을 냈다. 여야 정치인들이 전향적 태도를 보인 이상 이제는 정부가 발 빠르게 움직일 차례다.

그러나 시급성을 요하는데도 정부는 부처간 의견 조율이 제대로 되지 않은 모습을 보이고 있다.

8일 홍남기 경제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은 정부서울청사에서 열린 제4차 비상경제회의 관계부처 합동브리핑에서 "기존 방안대로 소득 하위 70% 가구에 일회성으로 100만원을 지급한다는 추경안을 다음 주중에 국회에 제출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반면 같은 날 정세균 국무총리는 기자간담회에서 ”정부의 기본 입장은 70%를 주는 것이나 상황이 급하기 때문에 고소득자는 나중에 환수한다는 전제 하에 전 국민으로 대상을 확대할 수 있다“고 말했다.

현재 코로나19가 확산되면서 전 세계 생산과 소비 모두 크게 위축되고 폐업과 실직이 속출하고 있다. 3월 OECD는 ‘중간경제전망’에서 “코로나19가 글로벌 밸류체인, 관광업, 금융시장, 경제심리에 악영향을 미쳐 2020년 세계 경제성장률이 기존 2.9%에서 2.4%로 낮아지고 더 악화될 경우 1.5%까지 내려앉을 것”으로 예상했다. 또한 “경기부양을 위해서는 공공부분 투자 등 재정의 적극적 역할 확대가 필요하다”고 주문했다.

6일 국회입법조사처도 ‘코로나19 관련 국내외 경기부양책 및 시사점’에서 “경기변동폭을 줄이고 향후 빠른 경기 회복을 위한 발판을 마련하기 위해 보다 적극적인 재정 역할을 모색할 필요가 있다”고 밝혔다.

현재 각국은 코로나19로 촉발된 경제 위기 수준이 글로벌 금융위기를 뛰어넘을 것이란 우려 속에 재정지출을 크게 늘리고 있다. 그런데도 한국은 대부분의 선진국 수준보다 재정부채 비율이 훨씬 낮은데도 GDP 대비 재정부채 비율 40%에 고집하고 있다.

국내는 금융위기 때인 2009년 28조4000억원의 추경예산을 편성했었다. 당시 재정부채가 51조원 가량 늘면서 재정부채 비율이 3%p 가량 높아졌다. 반면 이번 코로나19 대응을 위한 예산은 1차 추경예산 11조7000억원과 최근 발표한 긴급재난지원금 9조1000억원을 합해도 20조8000억원에 불과하다. 금융위기 때보다 경제규모가 커지고 위기감이 증폭됐는데도 경기부양을 위한 재정지출 규모는 오히려 적은 수준이다.

긴급재난지원금은 일시적이나마 가용소득과 지출을 늘려 직접적인 경기부양 효과를 가져오고 급작스런 재난으로 인한 경제심리 회복에 도움이 될 수 있다. 이런 재난지원금이 효과를 보려면 충분성과 신속성이 무엇보다 중요하다. 배 떠난 뒤 손 흔들어봤자 소용없다.

정부는 지원대상과 지원금을 확대한 추경 수정안을 신속하게 만들고 국회는 선거후 가장 먼저 2차 추경을 의결해 집행을 서둘러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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