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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자들이 그림을 사는 이유

[the L]화우의 조세전문 변호사들이 말해주는 '흥미진진 세금이야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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임종철 디자이너 /사진=임종철 디자이너


얼마 전 공개되어 국가에 기증된 고 이건희 회장의 미술품 컬렉션에는 김홍도, 김환기, 박수근, 이중섭, 피카소, 모네, 샤갈 등 국내외 유명 작가들의 희귀작품들뿐만 아니라 인왕제색도, 천수관음보살도 등 국보·보물급 문화재들이 다수 포함되어 있고, 그 수량도 무려 2만3000여 점에 이르러 상당한 사회적 관심을 모았다. 또 올해 들어 개최된 서울화랑미술제, 부산아트페어에는 소위 '큰손'이라 불리는 미술품 수집가들이 대거 몰려 유례 없는 매출액을 기록하였다고 한다. 이처럼 국내 미술품 시장이 호황인 이유는 코로나19로 국내 수집가들의 해외시장 접근이 제한된 측면도 있겠지만, 강력한 부동산 세제정책으로 인해 갈 곳을 잃은 유동자금들이 재테크적 관점에서 미술품 시장으로 눈을 돌리고 있기 때문인 것으로 보인다. 그렇다면 미술품에 대하여 어떤 세제상 장점들이 있길래 자산가들이 미술품 시장으로 모여 들고 있는 것일까?

무엇보다 먼저, 미술품에 대하여는 취득세와 보유세(재산세, 종합부동산세)가 전혀 부과되지 않는다. 즉, 취득 당시부터 보유기간 동안, 양도 시에 이르기까지 끊임 없이 세금이 부과되는 부동산과 달리 미술품을 구입하여 보유하는 동안에는 아무런 세금이 부과되지 않는다.

미술품은 양도 시에 이르러 비로소 세금이 부과되는데, 이마저도 개인의 경우 2021년부터는 사업장을 갖추는 등 특별한 사정이 없는 한 일관되게 기타소득으로 분류되어 22%(지방소득세 포함) 단일세율로 분리과세되게 되었다. 종전에는 계속·반복적인 미술품 거래로 소득을 얻는 경우 기타소득이 아닌 사업소득으로 종합과세 됨으로써 높은 세율이 적용되기도 하였다. 2020년 말 소득세법 개정을 통해 계속·반복적인 미술품 거래로 얻은 소득도 기타소득으로 분류하도록 해 기존에 문제되었던 사업소득과 기타소득 간 구분의 모호성으로 인한 리스크가 사라지게 되었다. 향후 미술품 거래가 보다 활성화 될 것으로 예상된다.

미술품을 양도한 경우라고 하더라도 점당 또는 조(2개 이상이 함께 사용되는 물품으로서 통상 짝을 이루어 거래되는 것)당 6000만 원 미만인 것, 양도일 현재 생존한 국내 작가의 작품은 과세대상에서 제외된다. 미술품 양도로 발생한 소득에 대해서는 비과세와 비용공제 혜택도 상당한 편이다. 과세대상인 미술품 양도에 대하여는 양도차익이 아닌 양도가액을 수입금액으로 하되, 양도가액 1억 원 이하 또는 보유기간 10년 이상인 경우에는 양도가액의 90%를 필요경비로 공제하고, 그 외에 양도가액이 1억 원을 초과하는 경우에는 1억 원까지는 90%, 1억 원 초과 부분에 대해서는 80%를 필요경비로 공제한다. 다만 이같은 비과세 또는 비용공제 규정은 소득세법상 개인에 한하여 적용되고, 법인이 미술품을 양도하는 경우에는 양도차익에서 실제 소요비용을 공제한 부분에 대하여 법인세가 과세된다.

한편, 미술품을 증여·상속하는 경우 원칙적으로 증여·상속세 부과대상이나, 부동산과 달리 미술품은 손쉽게 이동·보관할 수 있다는 점에서 과세대상 거래를 포착하기 어렵고, 미술품의 고유한 특성상 객관적인 시세를 평가하기도 쉽지 아니하여 실무상 과세에 어려움이 있는 것이 사실이다.

최근에는 미술품을 기초자산으로 하는 대체불가능토큰(NFT, Non Fungible Token)을 통해 미술품을 디지털 자산화함으로써, 여러 사람이 하나의 미술품을 주식처럼 분할하여 소유·유통하는 방식도 시도되고 있는데, 이 역시 투자자산으로서의 미술품의 가치를 대변하는 것으로 보인다.

이상에서 살펴본 것처럼 미술품은 구입하여 보유하는 동안 아무런 세금 부담 없이 눈으로 감상하면서 문화생활을 향유할 수 있고, 통상 시간이 지날수록 그 가치가 더해지며, 양도 시에도 세제상의 혜택이 상당한 매력적인 투자자산이다. 아직까지 미술품은 일부 극소수 자산가들의 전유물처럼 여겨지고 있는 것이 사실이지만, 앞으로 미술품이 예술적 관점에서, 또한 자산적 관점에서 보다 많은 사람들에게 개방·보편화 됨으로써 건전한 미술품 수집 문화가 정착되어 가기를 희망해 본다.

올해는 주머니 사정이 허락하는 범위 내에서 전도 유망한 젊은 국내 작가의 작품 한 점을 사서 해당 작가의 성공을 빌어보는 것은 어떨까? 세월이 흘러 나중에 그 작가가 유명작가가 되고 그 생전에 작품을 양도한다면, 이미 오랫동안 충분히 만끽한 미술작품을 양도하여 소득을 얻으면서도 세금은 한 푼도 내지 않아도 될 것이니 말이다.



정종화 변호사

[정종화 변호사의 주요 업무분야는 조세 및 국제조세 관련 쟁송과 자문이다. 각종 행정처분 관련 업무 및 일반 민형사 사건도 두루 수행하고 있다. 법인세, 소득세, 지방세, 부가가치세, 상속·증여세, 관세, 주세 등 과세처분 및 각종 인허가, 석유수입부과금을 비롯한 다양한 행정처분과 관련한 조세·행정쟁송, 자문사건을 처리하였고, 서울지방국세청, 기획재정부, 문화관광부, 산업자원부, 산림청 등 여러 행정부처에 대해 조세·행정 관련 자문을 제공해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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