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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르포]안내견이 된 인절미…삼성이 한마리당 1억 들여 훈련시키는 이유



퍼피워킹(시각장애인 안내견이 되기 전 일반 가정에서 지내며 겪는 사회화 활동)을 앞두고 있는 안내견 후보들/사진=한지연기자


삼성화재안내견학교엔 수십마리의 안내견이 뛰어다녔지만 개 짖는 소리는 들을 수 없었다. 사람을 좋아하는 안내견 훈련생들은 그저 기자의 손을 핥고 열심히 꼬리를 흔들었다.

경기도 용인에 위치한 안내견학교는 자연농원의 돼지 축사를 리모델링해 만들었다. 안내견이 뛰어놀 수 있는 놀이터와 수영장, 시각장애인 파트너가 훈련을 받으며 숙식하는 공간에 더불어 안내견 추모비까지 마련돼있다. 학교 사방에 깔린 푸르른 잔디들이 강아지를 위한 천국을 연상케했다.

안내견 훈련생들이 쉬고 있는 방 안으로 들어가자 각자의 방에 앉아있던 강아지들이 벌떡 일어나 기자를 반겼다. 박 교장은 "퍼피워킹(안내견이 되기 전 일반 가정에서 하는 사회화활동)을 하며 '사람이 너무 좋다'고 생각하게 돼 짖는 법이 없다"고 말했다.

넓은 교정을 갖췄지만 실질적 훈련은 학교 외부에서 주로 시행된다. 안내견이 시각장애인 파트너들과 살면서 부딪치는 환경이 '실전'인만큼 제대로 훈련을 하겠단 취지다.


안내견 보행 시범을 보이는 지니/사진=한지연기자

시설물을 둘러본 후엔 삼성화재안내견학교의 시범견 '지니'가 취재진을 맞이했다. "지니, 앞으로"라는 훈련사의 말에 지니가 인도를 따라 발걸음을 천천히 옮겼다. 인도 앞에 장애물이 나타나자 자연스럽게 밖으로 걸었다가 장애물을 지나자 곧바로 인도로 복귀했다. 지하철역을 상징하는 계단 시설물 앞에선 잠시 발걸음을 멈춰 파트너가 입구를 인식하도록 했다.

박 교장은 "내비게이터와 드라이버가 있다면 사람이 내비게이터, 안내견이 드라이버"라며 "시각장애인 파트너가 자신이 느낀 감각을 바탕으로 지시하면 안내견이 파트너를 이끄는 동업 체제"라고 설명했다.


안내견 훈련생들이 뛰어노는 놀이터와 수영을 즐기는 곳. 삼성화재안내견학교에선 농담삼아 '개리비안베이'라고 불린다/사진=한지연기자

시범을 마친 지니가 간식을 먹으며 여유를 즐겼다. 박 교장은 안내견과 시각장애인 파트너에 대한 인식도 개선돼야 한다고 꼬집었다. 일각에서 시각장애인 안내견을 '불쌍하다'고 여기는 경우가 있는데 이러한 시선이 결국 시각장애인에 대한 차별에서 비롯됐다는 것이다. 안내견 입장에선 비장애인이 키우는 반려견과 똑같이 주인과 산책을 즐기는 것 뿐이다. 박 교장은 "개 입장에선 하등 아무런 차이가 없다"고 강조했다.

시각장애인 안내견을 길거리에서 만났을 때의 에티켓도 설명했다. 안내견을 만나면 인사하거나 만지는 등 아는 척을 하면 안된다. 뚫어지게 계속해서 쳐다보는 것도 자제하고 최대한 모르는 척 내버려두는 것이 가장 좋다. 안내견이 사람을 좋아하다보니 주인에 집중하며 '일과'를 보내는 중인 것을 깜빡 잊고 노는 시간이라 착각할 수 있기 때문이다. 안내견이 시각 장애인의 지시대로 움직이지 않으면 시각 장애인이 부상을 입을 수도 있다.


퍼피워킹(시각장애인 안내견이 되기 전 일반 가정에서 지내며 겪는 사회화 활동)을 앞두고 있는 안내견 후보들/사진=한지연기자

안내견학교 한켠엔 올해 7,8월에 태어나 다음주 퍼피워킹을 나가는 아기 강아지들도 모여있었다. 약 1년 내외의 퍼피워킹 후 훈련소로 돌아온 강아지 중 30% 정도가 안내견에 적합하단 판정을 받고 본격적인 훈련에 돌입한다. 안내견 한 마리를 위해선 훈련기간 2년과 안내견 활동 7~8년을 합쳐 총 10여년의 지원기간이 필요하다. 양성과 사후 관리를 위해 한 마리당 약 1억원이 든다.

안내견으로 적합하지 못하다는 평가를 받으면 분양돼 평범한 반려견의 삶을 살게 된다. 박 교장은 "그저 강아지 성격과 특성 차이"라며 "안내견보다 친구들과 마구 뛰어노는 것이 좋은 강아지도 있을 수 있지 않느냐"고 말했다.


안내견 추모비. 160여마리의 이름이 새겨져있다/사진=한지연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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