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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복의 밀라노 출사표…단아한 치마·저고리, 편견을 깨야 패션이 된다

[찐터뷰 : ZZINTERVIEW] 28-① '밀라노' 향하는 황이슬 리슬 대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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황이슬 리슬 대표 인터뷰 /사진=김휘선 기자 hwijpg@

"지금의 한복은 '패션'이라기 보다는 '코스튬'에 가깝다고 봅니다. 한복이 '패션'이 되려면 '편견'을 넘어서야 한다고 생각해요."

생활한복 브랜드 '리슬'의 황이슬 대표(35세)는 지난 21일 서울 머니투데이 본사에서 '찐터뷰'와 만나 이같이 강조했다. 황 대표는 오는 26일 새벽 1시(한국시간) 이탈리아 밀라노 패션위크 런웨이에 한복 브랜드 최초로 오를 예정이다. 그 각오를 묻는 질문에 황 대표가 '한복에 대한 편견'을 강조한 것이다. 그의 얘기를 조금 더 들어보자.

"너무나도 당연하게 '한복은 패션'이라 생각하고 계실 겁니다. 과연 그럴까요? 패션이라는 건 국적, 성별, 취향, 입는 방법에 구애받지 않고 누구나 다 입을 수 있어야 합니다. 하지만 지금의 한복은 어떤 행사를 위한 의례복에 가깝지요. 특수한 목적과 특수한 방법에 맞춰서 입는 옷이라는 '코스튬'이란 개념에 더 가깝다고 생각하는 이유입니다."


한복은 단아해야 한다? 그것은 고정관념


황 대표의 생각은 '옷장과 박물관 속에 박제된 한복'을 넘어서야 한다는 생각에 가깝다. 그는 지난 2월 베이징 동계올림픽 당시 '찐터뷰'와 만나 중국의 '한복공정'을 '억지'로 규정하면서, 우리가 한복의 가능성을 축소하면 안 된다고 힘을 줬었다. 섹시한 한복, 펑키한 한복을 만들어 생활 속에서 입는 게 한복을 지키는 일이라 했다. 이번 밀라노 패션위크 진출도 이런 작업의 연장선에 있는 것으로 보였다. 그래서 질문을 더 이어가봤다.


생활 속에서 입을 수 있는 옷을 추구하는 리슬의 한복들/사진=리슬 인스타그램 캡처


- 한복의 고정관념을 깨고 가능성을 넓히는 '큰그림'의 일환으로 밀라노에 가는 것인가.
▶"그렇다. 한복에 조금만 변화를 줘도 '고름을 왜 그렇게 맺느냐', '치마가 왜 저런 모양이냐', '왜 색깔이 저렇느냐'는 지적이 잇따른다. 한복은 단아해야 한다고, '치마와 저고리' 구조여야 한다고 자꾸 단서를 단다. 이게 '패션'이 아니기 때문에 그런 것이다."

- 확실히 그런 고정관념들이 '코스튬'적 요소인 거 같다.
▶"청바지를 잘라입든 찢어입든, 티셔츠를 넣어입든 빼서입든 누가 지적하지 않지 않나. 패션이라는 것은 그래야 한다. 그렇게 됐을 때 입는 사람이 많이 생길 수 있다. 길거리에서도 편하게 입을 수 있게 된다. 하지만 어떤 꼬리표가 계속 따라붙는 이상 생활 속에서 한복을 입기 쉽지 않다."

- 이번 밀라노 패션위크에서 의도하는 바를 더 말해달라.
▶"한복이 '패션'적으로, '비즈니스'적으로 가능성이 많은 옷이라는 걸 전 세계에 보여주고 싶다. 한국인이 특별한 행사에만 입는 민속복이 아니라, 외국인이 생활 속에 입어도 되는, 세계 속의 패션처럼 보였으면 좋겠다. 한복이라는 게 그런 고정관념으로 정의내려지지 않는다는 것을 좀 보여주고 싶다."


12착장의 파격적 한복, 밀라노 런웨이 오른다


이런 확실한 의도가 깔려있기 때문에 황이슬 대표와 리슬이 이번 밀라노 패션위크에 선보이는 작품들은 파격적이다. 총 12명의 모델이 리슬의 제품을 입을 예정인데, 탱크탑·배꼽티·미니스커트에 시스루 도포까지 마련했다 한다.


황이슬 리슬 대표 인터뷰 /사진=김휘선 기자 hwijpg@

황 대표는 "분명히 '무슨 한복이 저렇게 단아한 맛이 없냐', '저게 무슨 한복이냐'는 말이 나올 것으로 예상한다"라며 웃었다. 그는 "그런 말이 나오게 의도한 것"이라며 "우리의 고정관념을 깨뜨리기 위해서는 계속 보여줘야 한다. 새로운 형태의 한복이라는 생각을 자리잡게 해야 한다"고 설명했다.

이어 "'그게 한복이냐'고 하는 사람들에게는 더 말할 필요가 없다. 그냥 앞으로도 계속 보여주겠다"며 "나와 같은 목소리를 내는 사람들이 많아지고, 한복을 실제 생활 속에서 입는 사람들이 더 많이 생기기 시작하면 그런 고정관념도 확실히 줄어들 것"이라고 강조했다.

이번 밀라노 패션위크를 준비하면서 리슬의 직원들에게도 이런 점을 강조했다고. 황 대표는 "메시지를 던져놓자고 했다. 우리 작품이 선보여졌을 때 사람들이 뭐라고 할 것인지에 대한 예측을 해보자 했다"라며 "우리가 이번 행사에 왜 나가야 하는지. 그 명분이 있다. 거기에 대한 공감대를 형성해왔다"고 말했다.


"한복도 흑묘백묘…입게 만들어야"


전북 전주에서 공무원을 꿈꾸던 평범한 학생이었던 황이슬 대표는 순전히 재미삼아 한복을 만들기 시작했고, 이게 입소문이 나면서 2014년 생활한복 '리슬' 브랜드를 런칭한 인물이다. BTS(방탄소년단)의 한복을 만든 것으로 유명세를 탔다. 스파오 등 패션 브랜드들 뿐만 아니라 삼성전자와 같은 IT(정보기술) 기업들과의 협업으로 사업을 확장하고 있다.


/사진=황이슬 인스타그램

철학은 황 대표가 지금까지 설명한 '밀라노 패션위크 출사표'와 같다. 황 대표는 이걸 평소에 "한복으로 우주정복"이라고, "한복 브랜드가 아닌 패션 브랜드를 지향한다"고 표현한다. 많은 사람들이 생활 속에서 자연스럽게 한복을 선택할 수 있는 문화를 만드는 것, 나이키에서 옷을 사듯이 한복을 사게끔 만드는 게 목표다. 그래서 일반 캐주얼 옷과 한복 사이의 경계를 무너뜨리기 위한 제품들을 만들어왔다. 그런 제품들이 2030세대를 중심으로 인기를 끌어왔다.

매사에 넘치는 자신감과 에너지로 도전해온 황 대표. 이제 한복 브랜드 최초로 밀라노 패션위크 공식 런웨이에 오를 날을 앞두고 있다. 지난 두 달 동안에는 '눈을 뜨면 출근하고, 눈을 감으면 퇴근하는' 나날을 보내왔다고 한다. 라인업도 수차례 갈아엎었다고. 밀라노 패션위크 이후 또 해외무대를 노크할 계획을 묻자 크게 웃으며 즉답을 피할 뿐이다. 얼마나 정신적·육체적으로 힘들었는지 가늠할 수 있었다. 그래도 뭔가 다른 새로운 도전을 꿈꿀 것 같은 느낌.

23일 밀라노행 비행기를 타는 황 대표는 "시험을 앞둔 수험생의 마음같다"며 미소지었다. 그러면서도 "밀라노 패션위크가 세계 4대 패션위크(뉴욕·런던·파리·밀라노) 중 상업적인 면을 중시한다고 하더라. 정말 입을 수 있는 형태의 옷인지 여부를 중요시한다는 점에 의미가 있다"고 힘을 줬다. 그는 "흑묘백묘(黑猫白猫)라는 말을 좋아한다"며 "검은 고양이인지, 흰 고양이인지가 뭐가 중요한가. 그런 거 필요없다. 한복을 생활 속에서 입게 만들어야 한다"고 밝혔다.


'2018 멜론 뮤직어워드'에서 방탄소년단 지민이 '리슬'의 황이슬 대표가 만든 한복을 입고 부채춤을 추고 있다.(출처 트위터 @mighty_jimin)2018.12.1/뉴스1 (C) News1 임충식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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