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약값만 46억, 희귀병 4살 딸 위해…'슈퍼맨' 아빠는 걷고 또 걸었다



전요셉씨와 아내 이상아씨, 딸 사랑양 (사진= 전요셉씨 제공)/사진=뉴시스



희귀병을 앓는 딸을 살리기 위해 부산에서 서울까지 국토대장정에 나섰던 전요셉(34)씨의 여정이 22일 만에 마침표를 찍었다.

네 살 딸 사랑 양의 치료비 모금을 위해 국토대장정에 나섰던 충북 청주 한 시골교회 목사 전씨는 29일 오후 2시 최종 목적지인 서울 광화문광장에 도착했다. 이날 광화문광장엔 사랑 양과 부인 이상아 씨가 나와 꽃다발을 전하며 전 씨를 맞았다. 전 씨를 응원하기 위한 수십 명 인파도 광화문 광장에 모였다.

전 씨는 신경계 근육 희귀질환인 '듀센근이영양증'을 앓고 있는 사랑 양의 치료비 모금을 위해 지난 5일 부산 광안리 해수욕장에서 국토대장정을 시작했다. 사랑 양이 앓고 있는 듀센근이영양증은 근육이 점점 퇴화해 10세 전후로 보행 능력을 잃고, 20대에 호흡기 근육 장애로 자가호흡이 힘들어지는 질환이다. 대부분 30대에 사망하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주로 남아에게 발병하지만, 여아의 경우 5000만분의 1 확률로 발병한다. 최근 '엘레비디스'라는 치료제가 개발됐지만, 약값과 치료비로 한화 약 46억원이 드는 것으로 알려졌다.

전 씨는 칠레에서 사랑 양과 똑같은 병을 앓고 있는 한 환우의 엄마가 국토대장정에 나서 치료비 53억원을 마련했다는 소식을 접하고 모금 운동을 결심한 것으로 전해졌다. 5일 부산을 시작으로 전 씨는 경남 양산, 울산, 대구, 경북 김천, 충북 영동, 대전을 거쳐 지난 20일 고향인 청주에 도착했다. 이후 충남 천안과 경기 오산·성남을 거쳐 이날 서울에 도착했다. 중간지점에 도착할 때마다 그는 번화가를 돌며 딸의 후원 챌린지를 홍보하고 지역 교회에 딸의 사연이 담긴 편지를 전달했다.

전 씨의 사연은 소셜미디어(SNS)를 통해 알려지며 큰 관심을 받았다. 광화문광장에 도착한 전 씨는 "돈을 쥐여주며 굶지 말라고 애정 어린 걱정을 해준 사과 과수원 할아버지, 운전을 하다 멈춰서 따뜻한 격려의 말씀을 전해준 아이 어머니 등 고마운 분들이 셀 수 없다"며 "그분들 덕에 여정을 무사히 끝낼 수 있었다"고 소감을 전했다.

이날까지 모인 후원금은 13억7000만원이다. 국토대장정은 끝났지만, 목표액 46억원 달성을 위한 여정은 충북사회복지공동모금회 특별모금으로 이어질 예정이다.

전 씨는 지금까지 모인 후원금과 자료 일체를 충북사회복지공동모금회에 맡기기로 했다.

충북공동모금회 관계자는 "현재 특별모금 개시를 위한 내부 승인 절차를 밟고 있다"며 "12월부터 모금이 시작될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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