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he L 일반

세금 아끼려 '위장이혼' 했는데…진짜 이혼 당했다

[the L][조혜정의 가정상담소]

편집자주|외부 기고는 머니투데이 the L의 편집 방향과 다를 수 있습니다. 기고문은 원작자의 취지를 최대한 살리기 위해 가급적 원문 그대로 게재함을 알려드립니다.


지난 17일 정부의 21번째 부동산 대책이 발표된 가운데 19일 오후 서울 송파구의 부동산 사무소에 매물 전단이 붙어 있다.







<집 두 채 때문에 위장이혼이라도 해야하나 고민이라는 지인의 질문에 대한 대답용으로 이번 연재를 썼습니다. 같은 고민하는 분들에게 참고가 되길 바랍니다>



연이은 부동산 대책으로 다주택자 부부들의 고민이 많다. 집을 팔자니 미래의 투자수익을 포기하기 아깝고, 계속 갖고 있자니 웬만한 사람은 보유세를 감당할 길이 없다. 말 그대로 진퇴양난. 정부가 제시한 답안은 ‘한 채만 남기고 팔아라’인데, 이걸 순순히 받아들이는 모범생은 많지 않을 터. 모범답안을 피해갈 묘안을 찾느라고 다주택자 부부의 계산이 복잡해질 수밖에 없다. 계산이 복잡한 정도에 그치지 않고 집집마다 부부싸움이 한창일 터. 한 쪽에서는 째이는 살림에 대출이자 갚아가며 버텨온 세월이 얼만데 허무하게 내 재산을 날려버릴 순 없다 할 것이고, 다른 쪽에서는 세금 낼 돈이 없다는 현실론으로 맞설 것이니까.

집은 팔기 싫고 세금 낼 돈도 없을 때 사람들이 선택하는 꼼수는 두 가지가 있다.
한 가구를 기준으로 집이 두 채 이상인 경우가 문제니까 사실 해결책은 간단하다. 한 가구당 집 한 채로 만들면 된다.
방법은 첫째, 집 안 가진 지인한테 남는 집 한 채의 명의를 일단 돌려놨다가 나중에 돌려받는 방법-법률용어로 명의신탁,
둘째, 이혼해서 두 가구로 분리하면서 각자 한 채씩 가져가는 방법-위장이혼. 명의신탁과 위장이혼으로 이 난국을 헤쳐나가고 싶은 유혹은 누구에게나 들 것인데, 과연 그래도 될까?



믿고 맡기는 명의신탁이 위험한 이유


먼저 명의신탁을 보자. 일단 부동산 명의신탁이 예외조항 몇 가지를 제외하고 원칙적으로 금지되어 있다는 건 국민상식에 속한다. 변명할 길 없는 위법행위이다. 그 뿐인가. 내 부탁에 의해서 집 명의를 맡아준 사람(명의수탁자)이 곱게 돌려주지 않으면 사태가 아주 복잡해진다. 이런 위험을 생각해서 대개는 아주 가까운 사이에서만 명의를 맡긴다. 하지만 돈이 개입되면 부모자식간에도 생각이 달라지는 경우가 생긴다. 그러니 그보다 먼 사이인 형제간 이상으로 멀어지게 되면 반드시 사달이 난다고 봐야 맞다. 내 지인, 내 친척은 안 그럴 거라고? 사람의 마음은 높은 산의 날씨처럼 언제 변할지 모른다. 내 맘도 잘 모르는데 다른 사람 마음을 안다고 생각하는 건 100% 오산이다.

부동산 명의를 맡길 때 대개는 명의 맡아주는 대가를 주겠다고 정하는데 사람 마음이란 게 처음 명의를 받을 때는 그 대가가 많아 보이지만, 시간이 오래 지나면 대가가 적어 보이게 되어 있다. 거기에 자기 명의로 된 부동산 값이 많이 오르기까지 했으면 돌려주기 싫은 마음이 스멀스멀 피어오르기 시작한다.

그러니, 되든 안되든 ‘내 건데 왜 돌려달라느냐’는 억지를 일단 쓰고 본다. 결국 소송으로 가야만 돌려받을 수 있는 상황이 되는데, 명의신탁소송 이기는 게 만만치 않다. 다행히 이기더라도 소송과정에서 명의신탁 사실이 밝혀지니 막대한 과징금(해당부동산 가액의 30%)과 벌금까지 내야된다.

이쯤 했으면 명의신탁은 너무 위험하니 그보다는 안전해보이는 위장이혼으로 마음이 기울어질 법 하다. 서류상으로만 이혼하고 같이 살면 되니까 별로 위험할 건 없어보인다. 서류상으로만 남남인데, 내 서류 남들한테 늘 보여주고 살 것도 아닌데 상관없지 뭐. 수 억, 수십 억이 왔다갔다 하는 판에 까짓 서류가 뭐 그리 중요해. 지금 다주택자 부부들의 뇌리엔 이런 생각이 한 번쯤 스쳐갈 수도 있다.







배우자에게 속아 서류상 이혼하려다 진짜 이혼당한 사연은

이런 생각하는 분들에게 엄중 경고 드리고 싶다. 서류상 이혼에 그치지 않고 진짜 이혼될 수 있다는 거 명심하시라고. 서류상 기재가 그냥 종이에 글씨 써 있는 게 아니니까 그 힘든 이혼소송까지 해가면서 서류상 기재를 바꾸려고 그렇게들 애쓰는 것 아니겠는가. 서류상 기재라고 무시하면 절대 안된다.

국가의 공적 장부인 가족관계등록부에 배우자로 기재되어 있다는 것은 크게 두 가지 효과가 있다. 첫째, 법률적으로 아주 중요한 의미가 있다. 상속권이 생기고, 부양청구권이 생긴다. 둘째, 법률적인 효과에서 파생되는 심리적인 효과가 있다. 서류상 기재로 인해서 나는 법적인 결혼상태에 있고 '배우자는 아무개다'라고 하는 자기 인식을 만들어내고 이 인식이 자기 규제를 만들어내서 행동의 범위를 통제해준다. 그런데, 일단 그 기재가 사라지고 나면 기혼자라는 자기 규정의 근거가 많이 약해지게 된다. 결혼이라는 굴레에서 심리적으로 풀려나는 셈이다.

처음 위장이혼 하자고 할 때야 재산 지키는 게 더 중요하다는 생각 말고 다른 의도가 없었을 수 있다. 하지만, 일단 법률상 이혼을 한 후 부부관계가 삐꺽거리게 되는 상황이 생기면 마음이 흔들리게 되는 게 인지상정이다. 이혼하려면 거쳐야 하는 복잡한 절차-이혼합의, 재산분할, 양육권, 이혼신고-이미 다 끝내놨는데, 짐만 싸들고 나가면 되는데 내가 굳이 이 사람과 계속 살아야 하나 하는 의문이 들게 되어 있다.

재산 지키는 것 말고 다른 목적이 없이 시작해도 위험한데, 다른 목적이 있었다면 더할 나위 없이 위험하다. 여기서 다른 목적이라 함은 배우자한테 안 들키고 조용히 우아하게 이혼할 목적이고, 그래야 할 이유는 물론 다른 이성의 존재다.

현재의 배우자와 이혼하고 새로 생긴 상대와 결혼하고 싶은 사람들이 전형적으로 쓰는 수법 중 하나가 엉뚱한 트집을 잡으면서 이혼하자는 것이다. 외도한 게 들키면 이혼 안 해주거나 재산을 대폭 양보해야 할 것이 뻔하니까 말도 안되는 이유를 들어서 이혼하자고 한다. 수십 년 멀쩡하게 잘 살아왔는데 갑자기 너 때문에 내 인생이 내내 불행했다든가, 원래 우리는 신혼 때부터 안 맞았다거나, 신혼 초에 장모한테 좀 혼 난 걸 가지고 그것 때문에 지금 와서 이혼해야 한다고 난리를 치면서 들들 볶는다. 생난리를 치니까 혼이 나가서 얼떨결에 이혼하게 되는데, 나중에 보면 다른 상대가 나타난다.

만약 내 배우자가 이런 상태라면 이런 생떼 안 쓰고 재산 지킨다는 명분을 들어서 떳떳하게 이혼할 수 있으니 그 사람의 입장에서는 최고의 전략이다. 내 배우자는 절대 그렇지 않다고 장담 말았으면 한다. 세금 핑계로, 사업 빚이 많다는 핑계로 위장이혼하자고 감언이설해서 넘어간 사례들이 결코 적지 않다. 서류상만 이혼하는 거지 실제 이혼은 안 한다, 내가 그럴 리가 있겠냐, 1년만 이혼했다가 합친다, 이런 거짓말에 속는 경우가 종종 있는데 그 이유는 이혼신고라는 목적을 달성하기 전까지는 들키지 않게 정말 조심하고 절대 안 헤어질 것처럼 잘해주기 때문이다.



속아서 한 위장이혼, 취소가 힘든 이유는


나중에 속았다는 걸 깨닫고 소송을 해서 바꾸려고 해야 이미 때가 늦었다. 우리 대법원은 이혼에 다른 목적이 있었을 지라도 양 당사자에게 이혼을 하자는 합의가 존재한다면 이혼이 유효하다고 보는 입장이라 이혼의 취소나 무효는 거의 불가능하다. 사건의 구체적인 내용에 따라 결론이 달라질 여지가 있을 수는 있지만, 기본은 크게 다르지 않을 것이다. 그러니, 편의상 서류만 정리하자고 한 것이고 진짜 이혼은 아니라고 아무리 주장해봐야 소용이 없다.

결론적으로 세금 회피를 위한 위장이혼은 명의신탁보다 더 위험하다. 명의신탁은 재산만 잃지만, 위장이혼은 자칫하면 재산과 배우자를 다 잃어버릴 수 있기 때문이다. 둘을 다 가질 수 없다면 하나라도 확실히 지키는 게 맞지 않을까. 돈을 포기하는 게 정답이다.



조혜정 변호사

[20년간 가사소송 등을 수행하면서 우리 사회의 가족이 급격하게 해체되어가고 있음을 현장에서 실감했습니다. 가족해체가 너무 급작스러운 탓에 삶의 위안과 기쁨이 되어야 할 가족이 반대로 고통을 주는 존재가 되어버린 분들이 너무나 많습니다. 이런 분들을 위해 지난 20년간 깨달은 법률적인 지식과 삶의 지혜를 ‘가정상담소’를 통해서 나누려합니다. 가족 때문에 고통받는 분들에게 위로가 되고 해결책을 찾는 단초가 되었으면 합니다.]

관련기사

이전 리스트 돌아가기
상단 이동