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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민 많은 김오수…"인사·수사 외풍 차단해 내부 신망 얻어야"

김오수 검찰총장 후보자(전 법무부차관)가 다음 자신이 임명될 경우 중요한 역할로 조직 안정화와 정치적 중립 회복을 꼽았다. 검찰 인사와 수사 분야에서 '외풍'을 차단하는 데 힘쓰겠다는 말이다.

이를 본 법조인들은 "김 후보자가 자신이 가야 할 방향성은 잘 알고 있는 듯 하다"고 평했다. 그러면서 "다만 권력이 검찰 인사권에 개입을 아예 내려놓지는 못할 것"이라며 "'외풍막이'를 하면서 자신이 비난과 상처를 받을 수 있다는 점까지 감안해 검찰총장 자리에 임해야 한다"고 했다.


"무엇보다 조직안정화…막중한 책임감 느껴"




(서울=뉴스1) 성동훈 기자 = 검찰총장 후보에 지명된 김오수 전 법무부 차관이 4일 오전 서울 서초구 서울고등검찰청으로 출근하던 중 취재진의 질문에 답하고 있다. 2021.5.4/뉴스1

5일 법조계에 따르면 김 후보자는 전날 오전 9시30분쯤 서울 서초구 서울고검 앞에서 취재진과 만나 "막중한 책임감을 느낀다"며 "인사청문 절차를 통과해 검찰총장으로 임명된다면 무엇보다도 조직을 안정화시키는 게 중요할 것 같다"고 밝혔다. 그는 취재진으로부터 질문을 받기 전 '조직 안정화'를 다지겠다는 계획 내지 각오를 먼저 꺼냈다.

김 후보자는 3일 문재인 대통령으로부터 차기 검찰총장 후보로 지명받았다. 그는 이날부터 이곳에서 매일 열리는 검찰총장 후보자 인사청문회 준비단에 출석할 예정이다.

그는 "내부 구성원들과 화합해 신뢰받는 검찰, 민생 중심의 검찰, 공정한 검찰이 될 수 있도록 소통하고 노력도 많이 하겠다"고 했다. '검찰 총장으로서 가장 중요한 중점 과제는 무엇이냐'는 물음에는 "조직안정"이라고 말하며 재차 강조하는 모습을 보였다. '정치적 중립성 문제가 계속 나온다'는 지적에는 "정치적 중립성도 열심히 챙겨보도록 하겠다. 당연한 얘기"라고 답했다.


"가야 할 방향은 아는 듯…'외풍막이' 역할 제대로 해야"


김 후보자의 말을 들은 법조 전문가들은 우선 '자신을 향한 논란이 어떤 것인지'에 대해 정확히 알고 있다고 평했다. 법조계나 정치권에서는 김 후보자를 두고 '친정권 코드 인사'라는 비판이 나온다. 그는 2019년 조 전 장관 가족 비리 수사국면 당시 대검찰청에 '윤석열 검찰총장을 제외한 특별수사팀을 꾸리자'고 제안했는데, 이를 두고 정치적으로 편향됐다는 검찰 안팎의 평을 받았다.

김 후보자가 박상기·조국·추미애 법무부장관을 모두 보좌하며 '검찰 개혁'과 보조를 맞춘 이력이 있는 점도 그가 친정권 인사로 꼽히는 이유다. 김도읍 국민의힘 의원은 전날 입장문을 통해 "각종 정권 관련 수사와 차기 대통령선거 관리에 큰 영향을 미칠 마지막 검찰총장 인선은 법과 원칙, 정치적 중립과 독립을 최우선으로 삼아야 한다"며 "김 후보자는 이와 거리가 멀다. 지명이 철회돼야 한다"고 밝혔다.



(서울=뉴스1) 성동훈 기자 = 검찰총장 후보에 지명된 김오수 전 법무부 차관이 4일 오전 서울 서초구 서울고등검찰청으로 출근하던 중 취재진의 질문에 답하고 있다. 2021.5.4/뉴스1


동시에 법조계에서는 김 후보자가 검찰에 지금 무엇이 중요한지를 정확히 진단했다며, 그런 만큼 섣불리 '방패막이' 인사로 낙인찍어서는 안된다는 시각도 나온다.

고위 검찰 간부를 지낸 변호사는 "김 후보자가 검찰 경험이 긴 만큼 조직을 이해하고 있고 기본적으로 능력도 있어서, 검찰 조직 안정화, 정치 중립성을 이룰 수 있는 인물이라고 본다"며 "조직 안정화는 곧 공정한 인사고, 정치적 중립성은 수사의 중립이다. 정권이 간섭하려는 부분인 만큼 김 후보자 스스로가 비난을 감내하면서도 '바람막이'가 되겠다는 의지가 있어야 한다"고 말했다.

이 변호사는 "최근 몇년간 정권에 밉보였는지 잘 보였는지에 따라 인사 결과가 갈렸는데, 이런 일이 없도록 해야 한다"며 "울산시장 선거개입 사건 등 정권이 민감하게 여기는 수사가 많은데 이런 수사에 있어서도 검찰총장이 외풍 막이가 돼야 한다. 처음부터 대통령이나 법무부장관과의 관계, 거리를 어떻게 설정할지 많이 고민해야 한다"고 했다.

검찰 출신 변호사는 "인사가 성향 아닌 신상필벌에 따라 이뤄져야 한다"며 "검찰총장 임명된 뒤 검찰 고위 간부 인사를 단행할텐데, 해야 할 수사를 못하게 하거나 안해야 할 수사를 진행시키는 사람을 지휘 보직에 앉히면 안 된다"고 밝혔다.

이어 "김 후보자가 검찰총장도 참모들 신망을 사야 검찰개혁이든 수사든 할 수 있다는 것을 알기에 내부 조직을 추스르는데 힘을 쓰려고 할 것"이라며 "오늘 발언을 보니 김 후보자도 자기 역할에 대해 고민을 많이한 것 같다. 검찰 간부가 과하게 정권 편에 서면 정부도 본인도 비난받는 것을 봤을테니 정권 편에 서는 것처럼 보이는 행보에 있어서는 조심할 것 같다"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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