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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법원 의심 산 '증인 사전 면담'…"적법하지만 문제" 이유는

대법원이 김학의 전 법무부차관 뇌물 사건을 파기환송하면서 검사와 증인의 사전 면담 과정을 문제 삼자 법조계에서도 논란이 일고 있다. 재판부는 증인이 면담 과정에서 회유됐을 가능성이 있다고 의심했다. 이를 두고 '합법적인 과정이어서 문제 없다'는 입장과 '낡은 수사 방법에서 탈피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나온다.


"증인 진술 신빙성 못믿겠다"는 대법원…이유는




(의왕=뉴스1) 민경석 기자 = 수억원대 뇌물수수 혐의를 받고 있는 김학의 전 법무부 차관이 10일 오후 경기 의왕 서울구치소에서 보석 출소하고 있다. 대법원 3부(주심 이흥구 대법관)는 이날 특정범죄가중처벌등에관한법률위반(뇌물) 혐의로 기소된 김 전 차관에게 징역 2년6개월을 선고한 원심을 깨고 사건을 서울고법으로 돌려보냈다. 2021.6.10/뉴스1

11일 법조계에 따르면 대법원 3부(주심 이흥구 대법관)는 증인 진술의 신빙성을 못 믿겠다는 취지를 밝히며 2심에서 유죄 판결을 받은 김 전 차관의 뇌물 혐의를 서울고법으로 돌려보냈다. 재판부는 김 전 차관의 1·2심에서 증인 최모씨의 진술이 검사와의 '사전 면담' 과정에서 왜곡됐을 수 있다고 봤다.

최씨는 김 전 차관에게 법인카드 대금, 휴대전화 사용료 등 4300만원 상당의 뇌물로 제공한 혐의로 징역 2월 6개월을 선고받았다. 최씨는 1999년 뇌물공여 혐의로 유죄 선고를 받았는데, 다른 수사를 받을 경우를 대비해 2000년 10월부터 2011년 5월까지 김 전 차관에게 대가성 뇌물을 줬다는 것이다.

재판부는 최씨의 검찰 조사 때 진술과 1·2심 공판에 출석한 증인으로서의 진술이 서로 다른 점을 주목했다. 그가 검찰 조사에서는 김 전 차관에게 유리한 방향으로 말을 했으나 재판에서는 불리한 진술을 했다.

최씨는 김 전 차관에 대한 수사가 막 시작한 때인 2019년 5월 검찰 조사에서 "사건 관련 청탁은 안했고, 사건에 연루돼 기소됐었다는 넋두리를 했다"고 진술했다. 그러나 1심 법정에 출석해서는 "김 전 차관으로부터 사건과 관련해 본인이 수사 대상자인 것 같다는 수사 정보를 들은 적 있다"고 했다. 김 전 차관에게서 자신에게 유리한 정보를 들었다는 취지다.

대법원 재판부에 따르면 1심과 2심에서 검사는 두 차례 걸쳐 증인 신문 전에 증인을 소환해 면담했다. 재판부는 "검사가 증인신문 준비 등 필요에 따라 증인을 사전 면담할 수 있다고 하더라도 법원이나 피고인의 관여 없이 일방적으로 사전 면담하는 과정에서 증인이 훈련되거나 유도돼 법정에서 왜곡된 진술을 할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고 밝혔다.


"사전 면담 자체는 문제 없다" VS "옛 제도 탈피해야"




임종철 디자인기자 /사진=임종철 디자인기자

대법원이 이 사건을 돌려보내자 법조계에서는 논란이 일었다. '사전 면담'을 이유로 파기환송한 것은 처음이어서다. '대법원이 너무 엄격하게 바라봤다'는 목소리와 함께 "과거부터 내려오던 관행의 부적절할 수 있는 면을 지적한 것"이라는 의견이 함께 나온다.

사전 면담 자체는 검사가 증인을 대상으로 실시할 수 있는 합법적인 절차다. 검찰사건사무규칙 189조(증인신문 준비)는 '검사는 증인신문을 신청할 경우 검사가 신청한 증인 및 그밖의 관계자를 상대로 사실을 확인하는 등 적절한 신문이 이뤄질 수 있도록 필요한 준비를 할 수 있다'고 규정한다.

이를테면 공소 유지 과정에서 기존 기록만을 가지고는 정확한 사실관계를 파악하기 힘들 때 이를 명확히 하기 위해 면담을 할 수 있다. 대법원 재판부도 사전 면담 자체를 문제 삼은 게 아니라 그 과정에서 증인 회유가 없었다는 사실이 입증돼야 증언을 믿을 수 있다는 것이다.

검찰 출신 변호사는 "기소 뒤 재판까지 기간 동안 새로운 사실이나 주장이 발견되면 검사도 재판 전 미리 확인할 수 있다"며 "면담시 검사가 법원이나 피고인 측에 알릴 의무는 없다"고 말했다.

이어 "다만 특정 증언 유도나 왜곡 목적으로 회유를 할 경우 문제가 될 수 있다"며 "변호인들도 증언 유도 등 정황이 발견되면 재판장에게 관련 의견을 제시하기도 한다"고 했다.

반면 사전 면담 제도 자체의 문제점을 지적하는 목소리도 만만치 않다. 한 법조계 인사는 "사전 면담은 검사와 증인이 재판장 밖에서 진술을 맞출 가능성은 있다는 점에서 공판중심주의에 반한다"며 "유죄 입증에 증언 의존도가 컸던 2000년대 이전에나 필요했던 제도"라고 말했다.

이어 "증거 수집 능력이 발달한 지금은 그 의존도를 줄여야 객관성을 높일 수 있을 것"이라며 "다만 대법원이 이 사건 면담이 위법하다고 본 것은 아니기에 검찰이 법원의 의심을 어떻게 돌파할지 지켜봐야 한다"고 말했다. 검찰 수사팀은 사전 면담에 위법이 없다며, 유죄 입증에 최선을 다하겠다는 입장을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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