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판사가 만만했나…검찰 보도자료 뜯어고쳐 모함하려다 '집행유예'

[theL] 보도자료에 이름 끼워넣어 '저 사람 마약사범 허위신고자'



/사진=뉴스1

문서편집 프로그램으로 검찰 보도자료를 조작한 뒤 법원에 제출해 다른 사람의 범죄 전력을 꾸며내려 한 60대가 유죄 판결을 받았다.

17일 서울중앙지법에 따르면 형사5단독 조수연 판사는 모해증거변조와 모해변조증거사용 혐의로 불구속 기소된 60대 여성 A씨에 대해 최근 징역 4월에 집행유예 1년을 선고했다.

A씨는 부동산 개발 문제로 다퉜던 B씨가 사문서위조 혐의로 재판을 받자 B씨에 대한 허위문서를 2012년 4월 법원에 제출했다 기소됐다.

당시 B씨는 사문서위조 혐의에 대해 벌금형 약식명령을 받은 뒤 불복해 서울중앙지법 형사21단독 재판부에서 정식재판을 받고 있었다. 이후 B씨는 무죄가 확정됐다.

판결에 따르면 A씨는 인천지검 홈페이지에 게시된 2008년 2월21일자 보도자료 문서파일을 2012년 4월 내려받았다.

당시 검찰은 용마공원 마약테러사건 수사결과를 공개하며 보도자료에 익명의 '김OO'씨가 마약사범을 허위신고한 혐의로 구속기소됐다고 밝혔다. A씨는 문서편집 프로그램으로 '김OO'을 지우고 B씨의 이름을 끼워넣은 뒤 당시 재판부에 제출했다.

형법 155조 3항에 따르면 꾀를 써서 남을 해칠(모해할) 목적으로 형사·징계사건 증거를 인멸·은닉·위조·변조하거나 위변조 증거를 사용할 경우 10년 이하의 징역으로 처벌받을 수 있다.

법정에 선 A씨는 "주변인들로부터 B씨가 마약사건에 연루됐다는 소문을 들었다"고 항변했다.

이어 "보도자료에 익명처리된 사람이 B씨라고 믿었으므로 허위라는 인식이 없었고, (법원에 제출할 때) 보도자료 중 익명 부분을 수정했다고 밝히면서 인쇄물을 제출했으므로 변조의 고의와 모해 목적이 없었다"고 주장했다.

제출된 보도자료에는 B씨의 이름이 굵은 서체, 밑줄, 색상으로 강조돼 있었다.

하지만 재판부는 A씨가 제출물에 "인천지검의 보도자료 사본"이라고 표시한 점을 지적했다. 이어 보도자료가 "수정된 것임을 명시적으로 표시한 적이 없다"며 변조의 고의를 인정했다.

아울러 "B씨에게 불리한 정상자료로 사용되도록 하기 위해 이 사건 행위를 하고 보도자료를 담당판사에게 제출했던 사실이 인정되므로 모해 목적 역시 인정된다"고 판시했다.

재판부는 A씨에 대해 "죄질이 나쁘다"면서도 "이 사건 행위가 B씨 사건의 결과에 아무런 영향을 미치지 못한 점" 등을 유리한 양형요소로 반영했다고 덧붙였다.

재경지법의 한 판사는 "다소 황당하다"며 "업무와 관련된 형사사건은 재판부에서 법원 전산망으로 기소 여부를 조회할 수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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