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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혈액형 이상해" 부부싸움...40년 키운 딸, 병원서 바뀐 아이였다

친자식이 아닌 딸을 친자식으로 알고 40년 넘게 키워온 부모가 산부인과 병원으로부터 배상을 받게 됐다.

18일 법조계에 따르면 서울서부지법 민사13단독 김진희 판사는 A씨와 아내 B씨, 이들이 키운 딸 C씨가 산부인과 병원장을 상대로 낸 손해배상청구 소송에서 "세 사람에게 각각 5000만원씩 총 1억5000만원을 배상하라"고 판결했다.



/사진=뉴시스

A씨 부부는 1980년 수원에 있는 B의원에서 아이를 출산했고, 병원 간호사는 신생아였던 C씨를 이들 부부에게 인도한 것으로 조사됐다. 이후 부부는 C씨를 친자식으로 생각하고 키웠다.

그러나 C씨의 혈액형은 A씨 부부에게서는 태어날 수 없는 혈액형이었다고 한다. 이에 A씨 부부는 불화를 겪기도 했는데, 결국 지난해 5월 부부와 딸 모두가 유전자 검사를 했고, 부부와 C씨 사이에서는 친자 관계가 성립하지 않는다는 결과를 받았다.

A씨 부부는 산부인과에서 친자가 바뀌었을 것이라고 보고 병원 측에 관련 내용을 문의했지만, 병원으로부터 당시 의무기록을 폐기했다는 답이 돌아왔다. A씨 부부가 실제 출산한 친생자가 누구인지, 반대로 C씨의 친부모가 누구인지 확인하는 것이 불가능해진 것이다.

이에 A씨 부부와 C씨는 B의원을 상대로 손해배상을 청구하는 소송을 제기했다. 법원은 아이가 성장하는 동안 다른 아이와 뒤바뀌는 일은 상식적으로 일어나기 힘든 만큼, A씨가 출산한 아이는 산부인과에서 다른 신생아였던 C씨와 바뀌었다는 사실이 인정된다고 판단했다.

김 판사는 "40년 넘도록 서로 친부모, 친생자로 알고 지내 온 원고들이 생물학적 친생자 관계가 아님을 알게 돼 받게 될 정신적 고통이 매우 클 것"이라며 "이 사고는 피고 측의 전적인 과실에 의한 것"이라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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