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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시 문자 받은 이대남의 분노 "오세훈 떨어뜨린다…이준석 지지"



지난달 26일 오전 서울시 여성권익담당관이 서울시 공무원들에게 발송한 '성평등한 조직문화를 만드는 5가지 생활수칙'.

이대남(20대 남성)의 분노는 상상 이상으로 강했고, 4·7 보궐선거 때 이들 지지를 받았다 생각했던 오세훈 서울시장까지 그 과녁에 서게 됐다.

서울시는 지난달 말 직원들에게 '직장 내 성폭력'에 관한 문자를 보냈다. '원하지 않는 신체 접촉하지 말라'는 등 전임 시장의 성폭력 사건을 고려하면, 어쩌면 뒤늦은 조치인데 이대남은 '여성권익담당관 명의'로 '개인 연락처'에 문자를 보냈다며 형식을 문제 삼고 나섰다. 오 시장은 재보선에서 '이대남 분노'의 수혜자로 평가받았지만, 이번에는 반대였다. 보수성향 커뮤니티 등에선 "다음 지방선거 국민의힘 후보 경선 때 오 시장을 떨어뜨리자"는 주장마저 등장했다.


문제가 된 서울시 문자, 어땠길래




지난 3일 유튜브 '오세훈TV'에 올라온 영상에는 오세훈 서울시장이 여성 위주 행정을 한다는 비판이 잇달아 올라왔다. 이는 지난달 서울시가 직장 내 성폭력을 예방하는 5가지 생활 수칙을 여성권익담당관 명의의 전체 문자로 소속 공무원들 개인번호에 발송했다는 사실이 전해진 데 따른 비판을 제기한 것으로 풀이된다. 자신이 국민의힘 당원이라는 누리꾼들 중심으로 "다음 지방선거 경선 때 오 시장을 떨어뜨리겠다"는 반응이 두드러진다. 2021.6.3./사진=유튜브 채널 '오세훈TV' 갈무리

서울시는 지난달 26일 '성평등한 조직문화를 만드는 5가지 생활수칙'을 적어 소속 공무원에게 문자로 돌린 것으로 알려졌다. 문자는 '여성권익담당관' 명의로 보내졌고, 이메일이 아닌 비상발령시스템을 통한 전체문자로 발송됐다.

내용 자체는 평이하다. 업무 중 성적 수치심을 일으킬 행동 5가지를 금지하는 게 골자다. △외모, 신체에 대한 비유나 평가 △상대방이 원하지 않는 신체접촉 △성차별적 농담 △지위를 이용한 사적 만남, 사적 업무지시 △성별에 따른 업무분장 등을 금지했다. 안소정 한국여성정치네트워크 사무국장은 "(문자 내용이) 새로운 것도 아니고 여지껏 많이 얘기된 것을 환기하고 상기하는 차원"이라고 설명하기도 했다.

이대남 일부는 내용보다 형식을 문제 삼았다. 서울시의 '여성 중심 행정'이 두드러진다는 지적이다. 이들의 분노는 크게 두 가지, △여성권익담당관이 왜 있나, 왜 여성만 우대하나 △왜 이런 내용을 개인번호로 보내는가로 정리된다. 한 네티즌은 "여성 권익만 대변하는 담당관이 왜 필요하느냐"고 물었다. 오세훈 서울시장의 유튜브 채널인 '오세훈TV' 영상에는 비슷한 취지의 수백여개 댓글이 쏟아졌다.

이번 상황에서 더욱 눈에 띄는 점은 이대남의 분노가 국민의힘 인사들을 향한 점이다. '서울시 문자 사태'로 드러난 20대 민심은 "여성친화 행정을 한다면 돌아설 것"이란 반감을 여실히 드러냈다. 자신을 "국민의힘 당원"이라고 소개한 이들은 오 시장을 내년 지방선거를 앞둔 당 경선에서 떨어뜨리겠다는 댓글도 달았다. 한 네티즌은 "한달에 1000원만 내면 책임당원이 돼서 경선 투표가 가능하다"며 "1년 뒤 오 시장을 경선에서 떨어뜨리고 다른 사람 뽑자"고 제안했다. 일부는 "뽑아준 지 얼마나 됐다고"라는 실망감도 드러냈다.


野 지지층으로 여겨진 이대남…"이준석 지지였다"




국민의힘 당대표에 출마한 이준석 후보는 4·7 보궐선거가 끝난 후 20대 남성이 느낀 성차별을 정치권에서 적극 대변하며 이들 지지를 크게 받았다. 2021.6.4/사진=뉴스1

국민의힘에 대한 이대남의 역풍은 처음이 아니다. 앞서 지난 4월 윤희숙 의원이 언론 인터뷰에서 "우리 사회는 아직 다른 세대와 여러 영역에서는 여성들이 약자인 경우가 많으니 배려가 필요하다고 이대남에게 설명하고, 이해를 구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말했다. 그러나 보수성향 커뮤니티에선 "왜 설명을 듣고 이해하는 집단이 20대 남성이 돼야 하느냐"며 "지금까지 정치권에서 이것(남성이 설득의 대상이라는 점)을 당연하듯 여겨왔다"고 비판했다.

이에 최근 국민의힘 당권경쟁에서 이준석 후보가 '바람'을 일으키며 이대남을 비롯한 청년층의 높은 기대를 받고 있지만, 사실상 이마저도 국민의힘보다는 이 후보 개인을 향한 것이란 평가가 뒤따른다. 실제로 남초 온라인 커뮤니티에선 "4·7 재보선 때 성차별 이슈를 띄운 것도 이 후보 아니냐"며 "우린 사실 이 후보를 지지한 것"이란 반응이 눈에 띈다.

이에 당권 경쟁자들은 도리어 이대남의 지지를 고리로 이 후보에 공세를 취한다. 나경원 후보는 이 후보를 겨냥해 "젠더 갈등으로 '이대남'의 분노를 일으켜 인지도가 더 높아졌다"면서 "백인 하층 노동자 분노를 이민층을 향한 혐오로 돌려 집권한 미 트럼프 대통령의 분열 정치, 혐오 정치(와 유사하다)"고 평가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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