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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맥주병에 수액, 녹슨 주사기 재사용"…北 코로나가 재앙인 이유

북한 열악한 의료에 코로나 사실상 통제불능,
국민 대다수 백신 미접종, 건국 이래 최대 위기



(평양 노동신문=뉴스1) = 북한 노동당 기관지 노동신문은 7일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에 대한 변함없는 높은 방역 수준을 주문했다. 사진은 소독 중인 김만유병원 내부. [국내에서만 사용가능. 재배포 금지. DB 금지]

"수액은 맥주병에 담아 유통하고, 주삿바늘은 녹슬 때까지 재활용하고 있다." (탈북자들의 중복된 발언)

북한의 의료 수준이 열악해 코로나19 감염증 사태가 사실상 통제 불가능한 상황에 이르렀을 것이라는 우려가 잇따르고 있다.

15일(현지시간) CNN·BBC 등 주요 외신은 북한의 상황을 잘 알고 있는 탈북자들을 인용해 북한 당국이 대규모 코로나 확산에 대처할 역량을 갖췄을 지 여부에 회의적인 시각을 드러냈다. 오미크론 확산으로 북한이 건국 70년 만에 최대 위기를 맞았다는 분석도 나왔다.

외신들은 북한의 보건 시스템이 전 세계에서 가장 취약한 데다 국민 대다수가 백신 미접종 상태에 놓여 있다는 점을 가장 큰 문제로 꼽았다. 또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 체제의 불투명성, 수년간 외부와 접촉이 차단된 고립상황 등을 미뤄볼 때 북한의 실제 코로나19 상황이 얼마나 심각한지 평가하기 어렵다고 지적했다.

영국 BBC는 한 국제보건 전문가를 인용해 "한국의 코로나19 검사 건수가 1억7200만건에 달하는 반면 북한의 검사 건수는 6만4000건에 불과하다"며 "얼마나 많은 사람들이 죽었을 지 정말로 걱정된다"고 전했다. 북한이 팬데믹 기간 중국을 포함한 국제사회와 통행을 엄격히 차단한 탓에 코로나19 전파 경로를 파악하는 것조차 쉽지 않다고 설명했다.



마스크·소독제가 어딨나…상상조차 어려운 北




[서울=뉴시스] 북한 조선중앙TV는 김정은 북한 조선노동당 총비서 겸 국무위원장이 지난 14일 중앙위원회 정치국 협의회를 주재하고 코로나19 상황에 대한 보고를 받았다고 15일 보도했다. (사진 = 조선중앙TV 캡처) 2022.05.15. *재판매 및 DB 금지

외신들은 북한의 코로나19 통계를 신뢰할 수 없다고 봤다. 북한은 전문가 추정 200만명 이상이 목숨을 잃은 1990년대 대기근 당시 얼마나 많은 사람들이 사망했는지 공개하지 않았던 전례가 있기 때문이다. CNN은 "북한에서 실제로 어떤 일이 벌어지고 있는 지 추정하기 어렵다"며 "대부분 주민들이 백신을 접종하지 않은 북한에서 코로나19가 발생한 것은 재앙"이라고 진단했다.

북한의 열악한 의료 체계가 바이러스 확산세를 더 키울 수 있다는 지적도 쏟아졌다. 특히 북한에선 수액을 맥주병에 담아 유통하고, 주삿바늘이 녹슬 때까지 재사용한다는 탈북자들의 발언은 매우 충격적이다.

대북인권단체 루멘의 설립자인 백지은씨는 BBC와 인터뷰에서 "평양 주민 200만명을 제외하면 대부분 주민들이 매우 열악한 의료환경에 처해 있다"며 "마스크나 소독제가 얼마나 부족한 지는 상상에 맡긴다"고 말했다.

2011년 탈북한 외과의사 최정훈씨는 CNN 인터뷰를 통해 "북한은 지속적 검역과 격리를 위한 자원이 없다"며 "증상이 발견된 환자는 병원으로 이송하거나 격리해야 하는 지침조차 북한에선 지켜지지 않는다"고 주장했다. 그는 이어 "지난 2006년 홍역이 창궐했을 당시 병원이나 격리 시설에 식량이 충분히 제공되지 않아 굶주린 사람들이 식량을 구하려고 시설에서 탈출한 사건도 있다"고 덧붙였다.



벌써 100만명 감염…백신 접종 늦어지면 대참사




(평양 노동신문=뉴스1) = 북한 노동당 기관지 노동신문은 14일 '가슴 뜨거운 사연 전하며 오늘도 메아리치는 사랑의 기적소리'라는 제목으로 2년 전 여름 개성시가 봉쇄됐을 때 특별지원물자를 보낸 김정은 당 총비서의 '인민 사랑'을 강조했다. 북한은 2년 전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감염 의심 탈북민이 개성을 통해 월북하자 국가비상방역체계를 최대비상체제로 전환한 바 있다. [국내에서만 사용가능. 재배포 금지. DB 금지.]


북한 주민들에게 하루 빨리 백신을 접종해야 한다는 전문가들의 의견이 쏟아지고 있다. 미국 싱크탱크인 우드로윌슨센터의 진 리 선임연구원은 "북한은 어떤 종류의 전염병도 대처할 준비가 돼 있지 않다"며 "기초 의약품이 구비돼 있지 않은 만큼 예방에 초점을 맞춰야 한다"고 지적했다.

장보람 국제엠네스티 동아시아 연구원은 "북한 당국은 코로나19로부터 주민들을 보호할 백신 구매 능력이 없음에도 코벡스(국제 백신 공급 프로그램)를 통한 수백만 회분의 아스트라제네카·시노백 등 백신을 거부했다"며 "이 같은 입장을 고수한다면 더 많은 생명이 희생될 것"이라고 말했다.

백신이 없는 북한이 중국과 같은 봉쇄 전략을 취했다간 식량난이 더욱 심화할 뿐 바이러스 확산 차단 효과를 보기는 어렵다는 전망도 나온다. 실제 북한은 최근 심각한 기근을 겪고 있다. 세계식량계획(WFP)은 북한 인구 2500만명 중 1100만명이 영양결핍 상태라고 추산했다. 벤 카울링 홍콩대 교수는 "오미크론을 막기가 얼마나 어려운지 상하이에서 확인됐다"며 "북한은 정말 큰 어려움을 겪을 것"이라고 말했다.

한편 16일 국가비상방역사령부에 따르면 북한에선 지난 14일 오후 6시부터 15일 오후 6시까지 전국적으로 39만2920명의 신규 유열자(발열자)가 발생하고 8명이 사망했다. 이로써 북한이 코로나19 관련 집계를 시작한 지난 12일부터 15일까지 누적 발열환자는 121만3550명이 됐다. 누적 사망자 수는 50명으로 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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