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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술' 이재용, '지금이 위기' 구광모…절박해진 총수들의 입



/사진 = 최헌정 디자인기자


주요 기업 총수들이 연일 경영 위기를 강조하는 발언을 내놓고 있다. 한국 경제가 유럽 전쟁과 기술 패권 분쟁, 글로벌 공급망 위기 등 국제 위험의 영향으로 '퍼펙트 스톰'(총체적 복합위기)이 코앞에 다가왔다는 위기감이 커지면서다. 각사 경영진은 하반기 경영전략회의를 통해 배수의 진을 치고 급변하는 국내외 경제상황에 대비해 위기를 극복하겠다는 각오다.

19일 재계에 따르면 주요 기업들은 글로벌 경제위기 대응을 위해 잇달아 경영전략회의를 개최하고 대비책 마련에 나선다. 삼성전자는 오는 21일부터 주요 경영진과 임원, 해외 법인장이 참석하는 상반기 경영전략회의를 각 부문별로 개최한다. 삼성전자가 상반기 경영전략회의를 여는 것은 2년 만으로, 최근 심화된 공급망 위기와 원가 상승 등 글로벌 현황을 집중 점검할 전망이다.

SK그룹도 지난 17일 최태원 회장이 직접 참석하는 '2022년 확대경영회의'를 열고 과감한 경영 활동으로 체질 개선에 나서겠다고 공언했다. SK그룹 주요 경영진은 경제 위기에 대한 인식을 공유하고 경영시스템 재구성에 대한 이야기를 나눴다. LG그룹은 지난달 30일부터 구광모 회장이 직접 주재하는 계열사별 전략보고회를 통해 중장기 사업 전략을 논의하고 있다.

기업의 발걸음이 분주해지는 것은 국내외 경제 위기가 장기화할 것이라는 전망이 나오면서다. 고물가·고금리·고환율의 3고(高)현상에 공급망 위기가 더해지면서 경제 성장 전망치는 하락세다. 기획재정부는 지난 17일 "물가 상승세가 지속하고 있으나 투자 부진과 수출 증가세 약화로 경기 둔화가 우려된다"고 밝혔으며, 경제협력개발기구(OECD)나 국제통화기금(IMF)도 경제 성장률 전망치를 하향 조정했다.

주요 기업 총수들의 표정도 어두워졌다.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은 12일간의 유럽 출장을 마치고 귀국하면서 "시장의 혼돈과 변화, 불확실성이 많아 인재를 모셔오고 조직이 변화에 적응할 수 있도록 하겠다"며 "첫 번째도 기술, 두 번째도 기술, 세 번째도 기술이다"며 위기 대응 의지를 강력하게 표명했다. 현 경제위기를 삼성 내부 혁신과 기술 초격차 확보로 타개하겠다는 의지로 풀이된다.

최태원 SK 회장은 윤석열 대통령과 만나 "경제 위기를 타개하기 위해 기업들도 좋은 일자리를 만드는 등 함께 노력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구광모 LG 회장은 정기주주총회에서 "글로벌 경영환경의 불확실성이 어느 때보다 높아질 것"이라며 "이럴 때일수록 위기 속에서 기회를 만드는 노력을 지속해야 한다"고 말했다. 모두 경제 위기의 심각성을 대변하는 발언이다.

각사는 대규모 투자로 경제 위기를 돌파하겠다는 복안이다. 주요국의 ESG(환경·사회·지배구조) 경영 확대 압박과 탄소 감축 등이 부담으로 작용하는 상황에서 선제적인 대책 수립으로 실적 개선은 물론 사회적 가치까지 잡겠다는 의지다. 삼성그룹은 향후 5년간 450조원을 핵심 산업에 투자하기로 했으며 SK는 2026년까지 247조원을, LG도 같은 기간 국내에만 106조원을 쏟아붓는다.

재계 관계자는 "글로벌 경제위기로 주요 기업들의 실적 악화와 주가 하락 등 여러 악재가 겹치며 기업가치에 빨간불이 켜졌다"면서 "총수들이 잇달아 위기를 강조하는 발언을 하는 것도 절박한 상황을 대변하는 것"이라고 말했다. 그러면서 "현 위기가 단순히 특정 기업의 문제가 아니라 한국 전체의 문제인 만큼 경쟁력 확보가 절실하다는 공감대가 형성된 것으로 보인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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