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테슬라 韓공장설…K 배터리 업계 "가능성도 없지만 와도 문제"



[서울=뉴시스] 정병혁 기자 = 전기 자동차 브랜드 테슬라가 공급망 문제와 원자재 가격 급등 여파 등으로 미국에서 모든 전기차 모델 가격을 인상한다고 밝혔다. 현지 업계에 따르면 모델X는 기존가보다 최대 6000달러 오른 12만990달러로 올랐고, 모델S와 모델3의 롱레인지 차종도 수천 달러 올랐다. 사진은 17일 오전 서울시내 대형쇼핑몰 주차장에 주차된 테슬라 차량의 모습. 2022.06.17.


윤석열 대통령과 일론 머스크 최고경영자(CEO)의 면담에서 나온 '기가팩토리(GIGA Factory)'가 화두로 떠올랐다. 정부가 유치 전담팀을 꾸리겠다고 밝혔으나 업계는 여러 요인을 고려할 때 현실 가능성이 작다고 입을 모은다. 설립돼도 국내 배터리 밸류체인에 오히려 악영향을 끼칠 수 있다고 경계했다.

25일 관련업계에 따르면 기가팩토리는 글로벌 전기차 판매 2위 테슬라가 운영하는 전기차·배터리 제조시설이다. 테슬라는 첫 생산기지인 미국 캘리포니아 테슬라 팩토리 이후 신설하는 생산기지에 기가팩토리라는 개념을 도입해왔다. 전기차 생산뿐 아니라 배터리 개발·생산과 자율주행 연구·개발 등을 담당하는 곳이다.

사업장 명칭도 '기가'에 지역명을 더해 조합한다. 테슬라는 네바다·뉴욕 등지에 기가팩토리를 설립한 뒤 2019년 중국 기가상하이를 설립했다. 테슬라의 첫 해외 기가팩토리다. 이후 기가텍사스(미국)와 기가베를린(독일)을 추가했다. 현재는 인도 카르나타카주를 2번째 아시아 전진기지로 확정해 투자를 준비 중이며, 캐나다 온타리오주와 기가온타리오 설립을 논의하는 것으로 전해진다.

각 기가팩토리는 효율적인 시장 대응과 소·자재 조달이 용이한 지역에 마련됐다. 상하이·베를린은 북미와 더불어 3대 전기차·배터리 시장인 중국·유럽시장 공략이 목적이다. 상하이는 중국 최대 도시이자 구매력이 높은 곳이다. 베를린은 유럽 완성차 생산시설이 밀집한 독일의 핵심 도시다. 미국 서부(네바다), 남부(텍사스), 동부(뉴욕) 등에 생산기지를 고루 분산시켜 효율성을 높였다.

인도는 정부의 전기차 육성 의지가 강하고 배후인구가 많고 중동·동남아 시장도 커버할 수 있다. 캐나다 온타리오주는 최근 배터리 생산에 필수적인 풍부한 수량과 각종 세제 혜택을 갖췄을 뿐 아니라, 인플레이션 방지법(IRA) 대응도 가능하다. 업계가 속칭 '기가코리아' 설립 가능성을 낮게 점치는 이유다. 내수도 작고 이미 상하이를 통해 한국뿐 아니라 일본 전기차 수요도 감당할 수 있다고 판단한다.

일각에서는 미국 정부를 의식해 중국 상하이 기가팩토리 역할을 축소하기 위해 기가코리아 신설을 검토할 수 있다고 분석했다. 업계는 이에 대해서도 회의적인 반응이다. 중국 역시 자국 내 생산·조달을 강요하고 있어 기가상하이 역할 축소 자체가 리스크가 크며, 역할을 분담할 공장을 설립한다고 하더라도 한국보다 노동환경이 유연한 동남아가 가능성이 클 것이란 설명이다. 실제 테슬라는 전기차 핵심 원료인 니켈의 반출을 금지한 인도네시아와 기가팩토리 구축 논의를 이어왔다.

기가코리아가 현실화돼도 문제란 의견도 적지 않았다. 국내 배터리 밸류체인에 기회보다는 부담으로 작용할 가능성이 크다는 설명이다. 국내에 기가팩토리를 설립할 경우 인건비·물류비 등 고정비가 타지역에 비해 높을 수밖에 없다. 이 경우 테슬라가 배터리 또는 배터리 소재사들에 납품가 인하를 요구하는 방식으로 비용 분담을 시도할 가능성이 크다.

인재·기술 유출에 대한 우려도 나온다. 테슬라는 LG에너지솔루션·파나소닉 등으로부터 배터리셀을 납품받아 고효율의 배터리팩을 제작하는 데 강점을 지녔다. 최근 4680(지름 46㎜·높이 80㎜) 원통형 배터리 내재화에 나서고 있지만 수율 문제로 고심이 크다고 전해진다. 테슬라가 국내에 기가팩토리를 설립하면 배터리 3사뿐 아니라 주요 소재사들이 핵심 인력 유출이 우려되고, 이 과정에서 K배터리 핵심 기술력도 테슬라에 흘러 들어갈 가능성이 크다고 업계는 내다봤다.

한 업계 관계자는 "테슬라가 기가코리아를 실제로 추진한다면 이는 환영할 게 아니라 오히려 경계해야 할 일"이라고 강조했다. 이어 "국내 전기차·배터리 회사들도 글로벌 시장 개척을 위해 수요가 높은 지역에 국내보다 더 큰 생산시설을 마련하는 상황에서, 테슬라가 이와 반대되는 행보를 보일 이유가 전혀 없다"면서 "실제 추진한다면 분명 속내가 있는 행보"라고 분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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