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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에 후쿠시마 바닷물 쓱 흘리고 간 日…원전 오염수, 진짜 위험할까

日정부 올 상반기 오염수 방류…의견 엇갈리는 韓과학계
"방사선학 영향 무시할 수준" vs "日데이터 검증 안 돼"
"정부 정량적 자료 확보 게을렀어, 늑장 대처" 지적도



일본 후쿠시마현 오쿠마 소재 후쿠시마 제1 원자력 발전소의 전경. 원전 너머로 파란색 처리수 저장 탱크가 보인다. / 사진=뉴스1


일본 후쿠시마 인근에서 주입된 선박 평형수(平衡水)가 최근 국내에 배출돼 논란이 일었다. 평형수의 방사능 수치가 국내 해수와 큰 차이가 없다는 분석 결과가 나왔지만, 올 상반기에는 이보다 더 큰 파장을 일으킬 후쿠시마 원전 오염수가 방류될 예정이다. 전문가들은 후쿠시마 오염수 방류에 따른 영향은 이견을 보이지만, 일본 정부에 투명한 정보 공개와 독립적 검증 등을 요구해야 한다고 입을 모은다.

4일 과학계에 따르면, 후쿠시마 원전 내 저장된 오염수는 약 131만톤(t)에 달한다. 이 오염수는 2011년 동일본 대지진 당시 후쿠시마 원전 사고로 만들어졌다. 방사성 핵종 60여종이 포함돼있다. 원전은 정지해도 핵연료에서 방사성 핵종이 붕괴하고, 이 과정에서 붕괴열이 발생해 냉각수를 통해 열을 식혀야 한다. 이 때문에 오염수도 매일 불어나고 있다.

일본 정부는 후쿠시마 오염수에 포함된 방사성 핵종을 다핵종제거설비(ALPS)로 제거했다며 '처리수'라고 표현한다. 도쿄전력은 ALPS로 처리한 오염수를 저장 탱크에 보관 중이다. 수년 전부터 일본은 올해 상반기 이를 바다에 방류하겠다고 예고했다.

백원필 한국원자력학회장의 '후쿠시마 원전 사고의 논란과 진실'에 따르면, 전체 오염수 중 30% 수준만 방사성 물질이 충분히 정화돼 일본의 배출 기준을 만족한다. 백 회장은 저서에서 "도쿄전력의 데이터는 독립적으로 검증되지 않은 한계가 있다"고 했다.

다만 "후쿠시마 오염수에 포함된 삼중수소의 총량이 자연계에 이미 존재하거나 매년 자연적으로 생성되는 양에 비해 많지 않고 태평양에 있는 막대한 양의 물과 섞일 때의 희석 효과가 매우 크다"며 "과학계에선 일반적으로 오염수 해양 방류가 생태계에 미칠 방사선학적 영향이 매우 작다고 판단한다"고 설명했다.

실제로 원자력학회는 2021년 후쿠시마 오염수 방류에 대한 영향을 분석했다. 연구는 일본이 30~40년에 걸쳐 정화한 오염수를 방류하는 계획이 아닌, 오염수를 재정화하지 않고 1년간 전량 바다에 방류하도록 보수적으로 진행됐다. 당시 연구 결과, 우리나라 해역에 도달하는 시간과 바닷물에 의한 희석효과 등으로 방사선 피폭선량은 무시할 만한 수준으로 예측됐다. 삼중수소에 대한 연간 일반인 피폭 허용치는 1밀리시버트(mSv·1000μ㏜)지만, 이보다 3억분의 1정도 낮았다.

정용훈 카이스트(KAIST·한국과학기술원) 원자력및양자공학과 교수는 "일본의 방류로 인한 우리 해역 삼중수소 농도는 무시할 수준으로 충분히 낮다"며 "현재 탱크에 저장된 삼중수소 총량은 동해바다에 비로 내리는 삼중수소보다 적다"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방류지점에서 수킬로미터(㎞)만 벗어나도 민물의 삼중수소 농도 아래로 떨어진다"며 "현재까지 우리 해역에서 세슘이나 방사성 물질로 오염된 물고기가 발견됐거나 해역 농도가 바뀌는 일은 일어나지 않았다"고 말했다.



왼쪽부터 정용훈 카이스트(KAIST·한국과학기술원) 원자력및양자공학과 교수, 백원필 한국원자력학회장(한국원자력연구원 책임연구원), 조건우 한국원자력안전기술원(KINS) 박사, 정동욱 중앙대 에너지시스템공학부 교수, 서균렬 서울대 원자핵공학과 명예교수. 머니투데이는 이들 전문가 5명에게 후쿠시마 오염수에 대한 평가 등을 문의했다. / 사진=머니투데이DB




"日 오염수 저장탱크 바닥 찌꺼기, 방사성 정보 없어 우려…정부 늑장 대응"


서균렬 서울대 원자핵공학과 명예교수는 일본이 방사성 핵종 분석이 투명하지 않다고 비판한다. 서 교수는 "오염수를 ALPS로 처리했다고 하더라도 탱크 내부 고준위 찌꺼기(슬러지)가 침적돼있고 이에 대한 방사능 정보가 부족하다"며 "도쿄전력이 발표한 자료를 액면 그대로 받아들이기엔 이처럼 현실과 차이가 크다"고 지적했다.

서 교수는 오염수 이슈에 대응해야 할 우리 해양수산부·외교부·과학기술정보통신부·원자력안전위원회가 업무를 떠밀다 사태가 커졌다고 지적했다. 일본이 수년 전부터 오염수 방류 계획을 발표했지만, 우리나라 자체의 독립적 검증 시도가 없었고 국제 소송 등도 미온 대처해왔다는 것이다. 범부처 태스크포스(TF)가 후쿠시마 오염수에 대한 해류 영향을 이달 내 발표할 예정이지만 시기적으로도 늦었다는 평가다.

서 교수는 "우리 정부가 그동안 오염수 내 삼중수소나 플루토늄 등에 대한 정량적인 자료를 확보하는데 게을렀다"며 "인력 탓, 장비 탓 등을 하는데 그럴 시간이 더이상 없고, 5~6월 방류하면 되돌릴 수 없다"고 했다. 이어 "미국이나 국제원자력기구(IAEA) 등만 보고 있어선 안 되고 일본에 적극적으로 정량적 자료를 요구해야 한다"고도 했다.

현재 한국을 포함해 11개국 전문가들로 구성된 IAEA 국제검증단이 오염수를 분석하고 있는 만큼, 우리 정부가 이 결과를 기반으로 대처에 나서야 한다는 목소리도 나온다. 조건우 한국원자력안전기술원(KINS) 박사는 "IAEA 국제검증단의 과학적이고 객관적 평가를 기다려야 한다"고 언급했다.

동북아 국가의 공동 대응 필요성도 제기됐다. 정동욱 중앙대 에너지시스템공학부 교수는 "일본 정부는 후쿠시마 오염수 영향 평가와 방류 절차 등에 대한 정보를 투명하게 공개해야 한다"며 "우리 정부는 국가 간 갈등을 예방하기 위해 동북아시아 원자력 안전 협력체제를 구성할 필요가 있다"고 조언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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