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트럼프 못지않은 바이든…中 때리는 美 '발톱' 꺼냈다[차이나는 중국]

차이 나는 중국을 불편부당한 시선으로 바라봅니다.



'기나긴 게임' 표지/사진=아마존 갈무리

취임 6개월을 맞은 바이든 대통령의 대중정책 윤곽이 대부분 드러났다. 트럼프 행정부때 강경 일변도로 치닫던 미중 관계가 잠시나마 완충기를 맞을 것이라는 예상이 많았지만, 바이든 행정부의 대중정책은 트럼프 시절 못지않게 강경하다.

지난 17일자 영국 시사주간지 이코노미스트도 바이든의 대중 정책을 커버 스토리로 다뤘다. 이코노미스트지가 가장 먼저 언급한 건 러시 도시(Rush Doshi)가 지난 6월 출판한 '기나긴 게임: 미국 질서를 대체하려는 중국의 대전략'(The Long game: China's Grand Strategy to Displace American Order)이다.



중국의 힘을 무디게 하기


러시 도시는 책에서 미국이 반드시 '중국의 파워와 질서를 무디게(blunting)하고 미국의 힘과 질서를 위한 기초를 건설"하는 데 집중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또한 중국은 미국의 지정학적인 우위를 약화시키고 중국의 이익에 더 적합한 '반자유주의적인 세계질서'(illiberal world order)를 만들기 위해 노력해왔다고 덧붙였다.

이 책이 관심을 끄는 이유는 대중강경파인 러시 도시가 바이든 행정부의 백악관 국가안보회의(NSC) 중국담당 선임국장이기 때문이다. 러시 도시는 커트 캠벨 NSC 인도태평양조정관과 더불어 대중 정책을 짜는 핵심 역할을 맡고 있다.

미국 기업계 등 일각에서는 바이든 행정부들어 미중 갈등이 완화국면에 접어들기를 희망했다. 하지만 올해 초부터 미국은 중국이 신장지역에서 '집단학살'을 저지르고 있다고 비난하는 등 대중 강경노선의 단서를 드러났다. 트럼프의 화웨이 제재 및 중국 기업 블랙리스트도 그대로 유지하고 있다. 트럼프발 무역전쟁에 화들짝 놀란 중국 역시 변화를 기대했으나 헛된 바람이 됐다.

지난 6월 주요 7개국(G7) 정상회의에서 밝힌 것처럼 바이든 대통령은 미국을 독재와의 싸움에 선 서구의 리더로 포지션하는 중이다. 트럼프 전 대통령과 달라진 게 있다면 유럽, 일본, 한국 등 전통적인 동맹국과 연합전선을 구축해서 중국에 대응하려 한다는 점이다.



세계 190개국 중 128개국, 중국과의 교역규모가 더 커





2018년 기준 미국(파란색)과 중국(빨간색)을 최대 교역상대국으로 가진 국가 분류 /사진=비쥬얼 캐피탈리스트 홈페이지

하지만 미국과 동맹국들의 이해관계가 완전히 일치하는 건 아니다. IMF(국제통화기금)와 호주 싱크탱크 로위 인스티튜트(Lowy Institute)에 따르면 2018년 기준 전 세계 190개 국가 중 미국보다 중국과의 교역규모가 큰 국가는 약 67%인 128개에 달한다.

미국과의 교역 규모가 더 큰 국가는 캐나다, 멕시코 등 인접국가와 영국, 프랑스 등 일부 유럽국가다. 수출대국인 독일과 일본만 해도 대중 교역규모가 대미 교역규모보다 크기 때문에 정치적으로는 미국에 동조하지만, 경제적으로는 안정적인 대중관계를 유지하려 노력하는 모습이 드러난다.

러시 도시가 강조하는 건 '비대칭적인 무디게 하기'(asymmetric blunting) 전략이다. 쉽게 말하자면, 적은 비용으로 중국이 새로 구축하려는 글로벌 질서 구축을 훼방놓는 방법이다. 군사적으로는 첨단 무기 개발로 중국의 영유권 확대 움직임을 견제한다든지 경제적으로는 미국기업이 핵심 부품을 중국기업에게 판매하게 못하게 하는 방법 등이 있다.

트럼프 행정부가 미국기업이 화웨이에게 반도체를 팔지 못하도록 금지하거나 네덜란드 반도체장비업체인 ASML이 중국 파운드리업체인 SMIC에게 극자외선(EUV) 노광장비를 팔지 못하게 한 게 좋은 예다. 똑같은 제재는 아직도 이루어지고 있다.

오는 7월 말 출시예정인 화웨이의 플래그십 스마트폰 'P50'의 AP는 퀄컴의 스냅드래곤888(4G)와 화웨이 자회사 하이실리콘의 기린9000(5G)가 장착될 예정이다. 스냅드래곤888의 5G 버전은 미국 정부로부터 판매 허가를 받지 못한 것으로 알려졌다. SMIC 역시 ASML로부터 EUV를 구매할 수 없고 한 단계 아래인 심자외선(DUV) 노광장비만 구매가 가능해서, 14나노미터(nm·10억분의 1m) 공정 양산 및 10나노미터 이하 기술개발에 곤란을 겪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과거 미국은 중국의 세계시장 편입을 도왔다


트럼프 대통령에 이은 바이든 대통령의 강경한 대중 정책은 1972년 리처드 닉슨 당시 대통령의 방중으로 시작된 중국에 대한 관여(Engagement) 정책이 근본적으로 변했음을 의미한다. 오랫동안 미국은 중국이 글로벌 경제로 편입하는 걸 지원하면서 글로벌 사회에서 중국이 책임있는 이해당사자가 되기를 원했다. 중국이 글로벌 분업구조에 편입하는 데 이정표 역할을 한 2001년 WTO 가입과정에서도 미국은 지원을 아끼지 않았다.

하지만 2013년 시진핑 국가주석 취임 후 진행된 일련의 과정을 통해 중국은 미국과 지향점이 다르다는 사실이 명확히 밝혀졌고 이제 미국도 중국이 변할 것이라는 기대를 버렸다.



의회연설 중인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 /사진=AFP

지난 4월말 첫 의회연설에서 바이든 대통령은 "21세기를 이끌기 위해, 중국 및 다른 국가들과 경쟁을 하고 있다"며 "역사적인 변곡점에 처해 있다"고 말한 바 있다.

바이든 행정부의 대중 강경책은 미국인들의 대중감정이 악화일로인 데서도 원인을 찾을 수 있다. 지난 6월 미국 여론조사기관인 퓨리서치 센터가 실시한 설문조사에 따르면 중국에 대한 부정적인 시각을 가진 미국인이 76%에 달했다. 전년 대비 3%포인트 상승한 수치로 미국인 4명 중 3명이 중국을 부정적으로 보고 있는 것이다.

내년으로 예정된 미중 양국의 주요 정치 이벤트도 미중 양국의 강경 스탠스를 지속시키는 쪽으로 작동할 가능성이 크다. 내년 10월에는 차기 5년을 이끌 지도부를 선출하는 중국 공산당의 제 20차 당대회, 11월에는 미국의 중간선거가 예정돼 있다.

당분간 미중 관계는 강대강 스탠스가 지속될 가능성이 커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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