눈에 보이는 경제

"이자 뛴다, 빚부터 갚자" 오너들 결단…주식담보대출 속속 정리

韓 기준금리 3.25%, 6연속 인상

제약·바이오기업 오너일가들이 최근 보유주식을 담보로 대출받은 돈을 잇따라 상환하고 있다. 올 한해 기준금리가 지속 오르면서 이자부담이 커진 영향으로 풀이된다. 더구나 24일 한국은행이 또 한번 기준금리를 인상하면서 차주들의 이자부담은 더욱 커질 것으로 전망되는 상황이다. 주식담보대출을 줄이려는 이들이 더 늘 수 있다.




24일 금융감독원 전자공시시스템에 따르면 우정바이오는 지난 22일 천병년 대표가 보유주식을 담보로 받은 대출 3건 중 2건의 계약이 차입금 상환에 따라 종료됐다고 공시했다. 앞서 천 대표는 △하나금융투자로부터 4억1800만원(담보주식 40만주) △현대차증권으로부터 9억9900만원(35만5240주) △유안타증권으로부터 14억2900만원(131만주)을 차입했었는데 이중 하나금융투자, 현대자증권 대출을 전액 상환한 것이다. 남은 유안타증권 대출 1건도 14억2900만원 중 4억2900만원을 갚았다.

이달 제약·바이오 오너일가 중 주식담보대출을 상환한 이들은 더 있다. 김영부 팬젠 대표와 김 대표 개인회사인 와이비파트너스가 지난 22일 보유주식을 담보로 페퍼저축은행으로부터 대출받은 24억7000만원을 상환했다. 조용준 동구바이오제약 대표와 우석민 명문제약 회장은 각각 주식담보대출 1건의 일부 금액을 상환했다. 조 대표는 30억원 중 4억원, 우 회장은 27억원 중 4억1800만원이다. 또 윤성태 휴온스그룹 회장의 3남이 30억원, 정현호 메디톡스 대표가 3억5000만원 규모 주식담보대출을 정리했다.

이는 올 한해 기준금리 인상에 따라 대출 이자부담이 커진 영향으로 보인다. 한국은행은 지난해 8월, 1년3개월만에 기준금리를 0.75%로 0.25%포인트 올린 후 꾸준히 인상 기조를 이어왔다. 올 들어서는 기준금리 인상 속도를 높였다. 지난 2월 1.25%였던 기준금리가 현재 3.25%로 뛰었다. 특히 이날 한은은 사상 처음으로 6연속 기준금리 인상을 결정했다. 기준금리가 오르면 대출금리가 오른다. 주식담보대출도 여느 대출처럼 기준금리에 대출자 신용도, 담보물에 대한 평가 등 가산금리를 반영해 최종 금리가 결정되는 구조다.

실제 주식담보대출을 유지한 이들은 대출 이자율이 오른 것으로 나타났다. 차원태 차바이오그룹 부사장은 차바이오텍 주식을 담보로 현대차증권으로부터 16억3000만원을 빌렸는데, 이달 해당 계약을 연장하면서 대출금리가 4.6%에서 5.2%로 올랐다. 김영부 대표와 와이비파트너스는 남은 다른 주식담보대출(금액 10억원·4억9000만원)의 이자율이 5.5%에서 6%가 됐다. 조용준 대표, 우 회장도 대출액을 일부 상환한 주식담보대출 이자가 6%, 5.6%로 각각 1.9%포인트, 0.75%포인트 올랐다.

이날 기준금리가 또 한번 오른 만큼 주식담보대출 등 대출 금리도 추가 인상될 것으로 관측된다. 주식담보대출 규모를 줄이거나, 대출을 받아 집행한 투자를 줄이는 등 결단이 요구된다.

성태윤 연세대 경제학과 교수는 "주식과 같이 가격 변동성이 큰 자산을 담보로 대출을 받아 투자하는 것은 상당한 위험이 있다는 것을 인식할 필요가 있다"며 "금리 인상기에 위험은 더 커질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이어 "미국 금리인상 속도, 우리나라 소비자 물가상승률 전개에 따라 (금리인상) 속도가 다소 완화될 수는 있지만, 당분간 금리인상 기조는 지속된다고 봐야한다"며 "특히 주식담보대출로 재원을 조달해 가격 변동성이 큰 상품에 투자한 경우는 향후에도 위험이 클 수밖에 없다"고 우려했다.
이전 리스트 돌아가기
상단 이동