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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새집 들어가자마자 -5억원"…개포 입주권도 급매로 팔려

개포프레지던스자이, 래미안원베일리 등 강남권 대단지 입주권 시세 뚝뚝



서울 강남구 개포동 일대 아파트 단지 전경. /사진제공=뉴스1

한 때 부르는 게 값일 정도로 귀했던 강남 신축 아파트 입주권도 금리인상 국면에 힘을 쓰지 못하고 있다. 입주 시점이 임박한 대단지에서 직전 신고가보다 5억원 이상 하락한 급매가 이뤄졌다.

25일 국토교통부 실거래가 공개 시스템에 따르면 지난 6일 강남구 개포동 '개포프레지던스자이' 전용 84㎡(19층) 입주권이 24억5000만원에 매매됐다.

같은 평형 직전 신고가는 2021년 11월 등록된 18층 입주권으로 29억5000만원이었는데 이보다 5억원 하락한 금액이다.

지난 16일 계약한 전용 59㎡(7층) 입주권 가격은 18억1000만원으로 2021년 8월 등록된 같은 평형 신고가(21억5390만원)보다 3억4390만원 떨어지면서 20억원 선이 깨졌다.

이 아파트는 개포주공4단지를 재건축한 단지로 오는 3월부터 집들이를 시작한다. 여윳돈만 있다면 두달 안에 강남권 최신식 아파트에 살 수 있다는 얘기다.

입주권은 조합원이 보유한 것으로 일반분양분보다 대체로 층고가 높고 내부 옵션도 우수하다. 이 때문에 보통 입주 시점이 가까울수록 시세가 높아진다.

2020~2021년 입주한 주변 단지들은 최초 분양가보다 2배 이상 급등한 가격으로 손바뀜했다. 하지만 금리인상이 본격화된 지난해부터 입주권 시세도 하방 압력이 커진 것.

올해 8월 입주 예정인 서초구 반포동 '래미안원베일리' 전용 84㎡(9층) 입주권은 지난해 11월 30억340만원에 매매됐다. 같은 해 3월 거래된 동일 평형 18층 입주권 매매가 38억7407만원보다 8억7000만원 하락한 금액이다.

이들 지역의 입주권 시세가 다른 곳보다 하락 압력이 높은 것은 일대 신축 단지 입주 시기가 몰린 것도 무관치 않다. 개포동은 2019~2021년 약 7500가구가 순차적으로 입주했다. 올해 2월 개포자이프레지던스(3375가구)에 이어 내년 1월 디에이치퍼스티어아이파크(6072가구)도 입주를 앞두고 있다.

반포동 일대도 오는 8월 래미안원베일리(2990가구)와 함께 2024년 신반포메이플자이(3307가구) 2025년 반포디에이치클래스트(5388가구) 디에이치방배(3065가구) 등 대단지 입주가 예정돼 있다.

박원갑 KB국민은행 부동산 수석 전문위원은 "추가 분담금 우려가 거의 없는 강남 신축 단지 입주권 시세가 대폭 낮아진 것은 그만큼 시장 전망이 우울하다는 방증"이라며 "가격대가 많이 내려간 급매 외에는 실거래가 많지 않을 것"이라고 했다.

다만 이런 가격대로 처분해도 기존 집주인은 상당한 시세차익이 예상된다. 조합원 분양가는 일반분양가보다 30%가량 저렴한 데다, 최근 2~3년간 일대 시세가 급등했기 때문이다. 일례로 개포프레지던스자이 조합원 분양가는 3.3㎡당 3200만원대로 전용 84㎡ 기준 11억원 중후반대였다. 같은 평형 일반분양가는 15억7000만원대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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