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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0세 생일 두달 남기고…'여왕의 남자' 필립공 99세로 별세(종합)



영국 엘리자베스 2세 영국 여왕의 남편 필립공이 99세의 나이로 별세했다. /사진=버킹엄궁 홈페이지


영국 엘리자베스 2세 여왕의 남편 필립공이 99세를 일기로 타계했다.

9일(현지시간) BBC 등에 따르면 버킹엄궁은 이날 성명을 내고 "여왕이 그녀의 남편인 필립공의 사망 사실을 알렸다. 필립공은 이날 아침 윈저성에서 평화롭게 숨을 거뒀다"고 밝혔다.

필립공은 오는 6월10일 100세의 생일을 앞두고 있었다.

앞서 필립공은 몸에 이상을 느껴 지난 2월16일 런던의 킹 에드워드 7세 병원에 입원했다. 이후 지난달 1일 세인트 바살러뮤 병원으로 옮겨져 심장 수술을 받았고, 같은 달 16일 퇴원해 윈저궁으로 돌아갔다. 그는 2011년 관상 동맥경화 증세로 스텐트 삽입 수술을 받은 바 있다.

필립공은 1921년 6월 10일 그리스 이오니아 해에 있는 코르푸 섬에서 태어났다. 그의 아버지는 그리스와 덴마크 왕자인 안드레아스, 어머니는 영국 빅토리아 여왕의 증손녀인 앨리스 공주다.

필립공은 1939년 영국 다트머스 해군대학 사관학교 시절 엘리자베스 공주를 처음 만났다. 엘리자베스 공주의 부모인 조지 6세 부부가 학교를 시찰을 하는 동안 공주의 안내를 맡은 게 필립공이다.

이 만남을 계기로 엘리자베스는 필립을 좋아하게 됐고, 그가 영국 해군에 입대한 동안 그에게 편지를 썼다. 7년 뒤 필립은 조지 6세에게 엘리자베스와의 결혼을 허락해달라고 요청했다.



1947년 결혼한 엘리자베스 2세 여왕(좌)와 남편인 필립공.(C) AFP=뉴스1


결혼까지 가는 과정은 순탄치 않았다. 필립공은 그리스 정교회의 신자였지만 영국 왕실은 성공회였다. 그의 누나들이 독일 남성과 결혼한 것도 걸림돌이 됐다. 당시 제2차 세계대전 직후였는데, 누나와 결혼한 이들이 나치 지지자라는 주장이 제기되면서다.

필립공은 엘리자베스와 함께 하기 위해 1947년 그리스 왕실이 부여한 직위와 권리를 모두 포기하고 영국인으로 귀화했다. 어머니 성인 바텐베르크를 영어로 직역해 마운트배튼으로 성도 바꿨다.

필립공은 1947년 엘리자베스 공주와 결혼했다. 1952년 공주가 왕위를 물려받으면서 '여왕의 남자'가 됐고, 74년간 그녀의 곁을 지켰다. 필립공보다 다섯살 아래인 여왕은 영국 역사상 가장 오랜 기간 재위하고 있다.

필립공은 2017년 공식 업무에서 은퇴했으며 그때까지 여왕 배우자로서 2만 건이 넘는 공무를 수행했다. 1956년 남극을 방문한 뒤엔 인간과 자연의 공존이라는 철학 아래 50년 넘게 강연을 다니며 사회 활동에도 참여했다.

필립공은 엘리자베스 여왕과 사이에 찰스 왕세자, 앤드루 왕자, 에드워드 왕자, 앤 공주 등 3남 1녀를 뒀고, 윌리엄 왕세손을 비롯한 손자녀 8명과 증손 9명이 있다.

한편 필립공은 1999년 엘리자베스2세 여왕이 우리나라를 국빈 방문했을 때 동행해 인천공항과 월드컵 경기장 공사 현장과 비무장지대(DMZ) 등을 방문한 바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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