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홀로 격리된 치매 할머니와 '방호복 화투'…"가장 아름다운 간호사"



음압병동에 홀로 격리된 90대 치매 코로나19 확진 할머니를 위해 간호사가 방호복을 입은 채 화투로 그림 맞추기를 하고 있다. /사진제공=대한간호협회


방호복을 입은 간호사와 코로나19(COVID-19) 감염으로 홀로 격리된 할머니가 화투로 그림을 맞추는 모습이 찍힌 사진 한 장이 국민에게 감동을 주고 있다.

3일 대한간호협회는 이 사진에 대해 올해 공모한 '제2차 간호사 현장 수기·사진전'에 출품된 작품이라고 밝혔다.

대한간호협회에 따르면 지난 1일 삼육서울병원 음압병상에 코로나19에 확진된 박모(93) 할머니가 입원했다. 요양원에서 감염돼 코로나19 전담병원으로 이송된 할머니는 중등도 치매 환자다.

코로나19 병동에 배치된 10여명의 간호사는 할머니가 병실 침대를 꺼리고 낙상 위험이 있어 병실 바닥에 매트리스를 깔았다.

고령인 할머니는 격리병실에서 적적하고 힘들었다. 재활치료 간호 경험이 있는 한 간호사가 치매 환자용 그림 치료를 제안했다. 화투를 이용한 꽃그림 맞추기와 색연필로 색칠하기다.

양소연(33) 간호사는 "치매에 보호자도 없이 홀로 병실에 계시는 게 너무 위험해 보였다"며 "입원 이튿날부터 놀이 시간을 만들었다"고 했다.

사진 속 주인공인 이수련(29) 간호사는 "격리병상에서 환자가 말을 나눌 사람은 간호사밖에 없잖아요"며 "계속 졸기만 하는 할머니를 깨우고 달래 기운을 차리게 하는 방법이 없을지 궁리한 결과였어요"라고 말했다.

할머니는 그림을 그리는 동안 졸기도 했지만, 이씨 등 간호사 10여 명은 서로 돌아가며 그림 치료를 멈추지 않았다. 식사 챙기기, 기저귀 갈아주기 등을 병행했다.

간호사들은 할머니 가족과 영상통화를 주선하기도 했다. 가족들은 "곧 퇴원하니 기운 차리고 건강하세요. 사랑합니다"라고 할머니를 위로했다.

할머니는 보름간 이 병원에 입원해 코로나19 중등도에서 경증으로 바뀌었고, 이후 '음성' 판정을 받고 퇴원했다.

이 간호사는 "코로나19 환자를 돌볼 땐 저도 감염될까 두렵지만, 제가 할 수 있는 건 환자가 안심하게 배려하고, 잘 치료 받고 퇴원하도록 돌봐주는 것밖에 없어요"라고 말했다.

이 간호사는 코로나19 병동에서 가장 가슴 아팠던 순간에 대해 "입원 환자 중 3명이 사망하셨어요"라며 "손 한번 잡아보지 못하고 유리창 너머로 가족들과 이별하는 광경"이라고 말했다.

신경림 대한간호협회 회장은 "두터운 방호복을 입고 숨쉬기 힘들고 땀이 비 오듯 하는데도 환자를 정성껏 위로하고 돌보는 광경은 세상에서 가장 아름다운 간호사의 모습"이라며 "코로나19에 지친 모든 국민에게 위로가 됐을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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