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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반도체, 올해보다 내년이 더 좋다"…십만전자가 멀지 않은 이유

[오늘의 포인트]



8일 서울 서초구 삼성전자 서초사옥에 깃발이 펄럭이고 있다. / 사진=김휘선 기자 hwijpg@


삼성전자가 기대치에 못 미친 실적에도 역대 최고가를 또 한 번 경신했다. 증권가에서는 '국민주'로 사랑받으며 유입된 막대한 유동성과 반도체 호황에 힘입어 '십만전자' 돌파가 멀지 않았다는 평가다.

8일 오전 11시 45분 현재 삼성전자는 전일 대비 1800원(2.17%) 오른 8만4700원에 거래되고 있다. 삼성전자는 장중 8만4900원까지 오르며 역대 최고가를 경신했다.

삼성전자는 이날 발표한 지난해 4분기 잠정실적에서 매출이 61조원, 영업이익이 9조원을 기록했다고 밝혔다. 이는 2019년 4분기보다 각각 1.87%, 25.7% 늘어났지만, 직전 분기(2020년 3분기)와 비교하면 매출이 8.9%, 영업이익은 27.13% 줄었다.

증권가 실적 예상치 역시 소폭 밑돌았다. 시장조사업체 에프앤가이드에 따르면 증권사들이 예상한 4분기 실적 평균 예상치는 매출 61조660억원, 영업이익 9조3461억원이다.

다만, 연간으로 보면 매출이 236조2600억원, 영업이익이 35조9500억원 수준으로 2019년보다 각각 5조원 이상, 8조원 이상 늘었다. 영업이익은 반도체 슈퍼호황기였던 2018년(58조8000억원)과 2017년(영업이익 53조6000억원), 스마트폰 절정기 2013년(36조8000억원)에 이어 역대 4번째 기록이다.

이승우 유진투자증권 리서치센터장은 "원/달러 환율 약세와 유럽 락다운(봉쇄) 영향 때문에 스마트폰이나 티비 판매 등이 당초 기대보다 못 미쳤을 가능성이 있다"고 설명했다.

그럼에도 주가는 우상향이 기대된다는 평가다. 실적도 있지만 유동성 때문이다. 이승우 센터장은 "시장의 형태를 살펴보면 실적 기대감도 있지만, 핵심은 유동성"이라며 "'국민주'가 된 삼성전자는 실적이 조금 덜 나오더라도 주가가 빠질 단계는 지났다"고 분석했다.

삼성전자는 개미들의 사랑을 받는 대표 종목으로 꼽힌다. 지난해 개인투자자의 삼성전자 순매수 규모는 9조5952억원으로, 압도적인 1위에 올랐다. 삼성전자우(6조1013억원)까지 합산하면 코스피 전체 개인 순매수액(47조4906억원)의 33%에 이르는 규모다.

더군다나 올해는 메모리 반도체 호황까지 예상돼 기대가 더욱 크다. 증권가 목표가는 10만원에 이어 11만원선까지 등장했다.

최영산 이베스트투자증권 연구원은 "2021~2022년 상반기까지 D램 가격의 상승이 지속될 것으로 예상한다"며 "내년은 축소된 재고와 공급을 바탕으로 스마트폰 기저효과와 5G(5세대) 통신, 서버 CSP(클라우드 서비스 제공사)의 재고 재축적 수요가 그 기반"이라고 설명했다.

오는 2024년 이후에는 자율주행 분야의 성장도 메모리 사이클의 기폭제가 될 것으로 기대된다.

최 연구원은 "자율주행차 1대에는 최대 D램 80GB(기가바이트), NAND 1TB(테라바이트)의 용량이 탑재될 것으로 추정된다"며 "현재 대당 탑재량 4~5GB인 스마트폰이 연간 14억대로 D램 전체 수요의 약 40%를 차지한다는 점을 고려한다면 자율주행이 이끌 거대한 반도체 수요 사이클은 메모리·비메모리 모든 부분에 걸쳐 커다란 파도가 될 것"이라고 전망했다.

파운드리(반도체 위탁생산) 부문 이익성장도 눈여겨볼 만하다. 권태우 DS투자증권 연구원은 "파운드리 부문은 해외고객사 비중 증가 및 가격협상력 우위 등 구조적인 성장이 가능할 것"이라며 "AMD 추가 수주로 점진적으로 해외향 비중이 증가 추세이며, 하이퍼스케일러의 자체 CPU(중앙처리장치) 개발은 파운드리 수요에 영향을 줄 것"이라고 진단했다.

이 센터장은 "반도체 호황은 올해보다 내년이 더 좋을 가능성이 높다"며 "지난해 코스피 대비 삼성전자의 상승률이 낮았던 점, TSMC, 엔비디아 등 해외 반도체 업체 대비 저평가된 점을 고려하면 상승 여력이 높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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