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임상 부족·해외 부작용 보고…뿌리 내린 'AZ백신 불신'



16일 서울 중구 대한간호협회 간호인력취업교육센터에서 관계자가 아스트라제네카 백신 모형을 공개하고 있다. /사진=뉴시1ㅡ

코로나19(COVID-19) 백신 접종 디데이(D-day)를 앞두고 아스트라제네카 백신 불신이 확산된다. 65세 이상 고령층 임상자료가 부족한 데다 우리보다 먼저 접종을 시작한 국가에서 부작용 사례까지 보고되고 있어서다. 당국은 중대한 부작용은 없다며 진화에 나섰지만, 불신은 가라앉지 않는다. 1순위 접종군인 요양병원 종사자들 일부에서는 백신을 맞지 않겠다는 움직임도 포착된다.


1호 접종군 요양병원, 'AZ백신 불신'


19일 방역당국에 따르면 '코로나19 예방접종 대응 추진단'은 이날 백신 1순위 접종군인 만 65세 미만 요양병원 시설 입원·입소자, 종사자 가운데 접종 대상자 명단을 확정할 예정이다. 접종은 26일부터 시작된다.

접종 대상은 입원·입소자 4만3303명, 종사자 22만8828명 등 27만2100여명이다. 이들 모두가 의무적으로 접종을 받는 것은 아니다.

정경실 코로나19 예방접종대응추진단 예방접종관리반장은 최근 "의료진을 포함해 전 국민이 강제적으로 예방접종을 하지는 않아도 된다"며 "어느 그룹에 속해있든, 자발적 참여로 접종 여부를 결정할 수 있다"고 말했다. 미 접종자를 근무현장에서 배제할 계획이 없다는 점도 언급했다.

하지만, 26일부터 1순위 접종을 하게 될 요양병원 종사자들 사이에서는 불안이 확산된다. 아스트라제네카 백신에 대한 불신 탓이다. 특히 부작용에 대한 불안이 크다.

요양보호사와 간호조무사 등 온라인 커뮤니티에는 백신을 맞지 않겠다는 글들이 쏟아진다. 접종이 강제가 아니라는 당국 방침과 달리 현장에서는 접종 동의를 하지 않을 수 없는 분위기가 형성된다는 말도 나온다.

경기도권 한 요양병원 종사자는 "백신을 맞기로 했지만 첫 접종인 만큼 불안한 것이 사실"이라며 "화이자 백신보다 부작용이 심해서 중단했다는 기사를 본 것 같은데 확신을 할 수 없다"고 말했다.

일부 의료진들의 접종 거부 서명운동도 벌어진다. 의료인 19명이 만든 '코로나19 백신의 안전성을 우려하는 의료인 연합'은 "백신 의무접종 법안에 반대한다"는 성명을 내고 서명운동에 돌입했다.






'불안한 백신' 이미지에 해외 부작용 사례까지


아스트라제네카 백신 불신의 근원은 우선 65세 이상에 대한 임상자료 부족인 것으로 보인다. 65세 이상에 대한 유효성 입증이 충분치 않았다는 임상 결과가 보고됐고, 방역당국은 이 때문에 장고를 거듭하다가 65세 이상 고령층은 당분간 백신 접종에서 제외하기로 했다. '안전성'이 아닌 '유효성' 입증 불충분이었지만, 이 백신이 아직 화이자나 모더나 등 백신 대비 상대적으로 불안하다는 이미지가 형성되기에는 충분했다.

우리보다 먼저 아스트라제네카 백신 접종이 시작된 국가에서 보고된 부작용 사례도 백신 불신 확산에 한 몫 했다.

현지 언론에 따르면 프랑스 남서부 페리괴(Perigueux)에 있는 한 병원에서는 아스트라제네카 백신을 접종한 의료진 50~70%가 부작용을 보고했다. 게다가 이 부작용 중 일부는 "심각한 부작용"이어서 이 병원은 보건당국에 공식 서한을 보내 "아스트라제네카 백신을 모더나 혹은 화이자 백신으로 교체해달라"고 요구했다.

독일 한 병원에서는 아스트라제네카 백신을 접종받은 직원 중 절반이 병가를 낸 것으로 전해졌고 한 양로원에서는 아스트라제네카 백신을 2회분 모두 접종받은 고령자 5명이 잇따라 사망하는 사례도 나왔다.


치명적 부작용 아냐…당국 안전성 보증


정부는 안전성에는 문제가 없다는 입장이다. 정세균 국무총리는 19일 "최근 고령층에 대한 아스트라제네카 백신 접종 유보 결정을 계기로, 백신의 안전성을 우려하는 목소리가 있는 것으로 알고 있다"며 "안전성에는 문제가 없다"고 강조했다.

정 총리는 "임상시험 시 65세 이상의 참여 숫자가 부족해 그 효과성을 확실하게 판단하기에 충분치 않았을 뿐"이라고 설명했다.

의료 전문가들 사이에서도 안전성 자체에는 큰 문제가 없다는 의견이 나온다. 엄중식 가천대 길병원 감염내과 교수는 "새로운 백신이 나오면 이에 대한 불안감이 생기는 것은 자연스러운 일"이라며 "다만 아스트라제네카 백신은 임상에서 안전성을 입증했고, 중대한 부작용도 백신과 상관 없다고 결론났다"고 말했다.

백신 개발사인 아스트라제네카는 최근 보고된 부작용 사례도 심각한 것은 아니라고 선을 그었다. 블룸버그통신은 최근 "임상시험에서 수집된 증거에 맞지 않는 실제 사례는 보지 못했고, 제품과 관련된 심각한 부작용은 없었다"는 아스트라제네카 대변인 발언을 전했다. 두통, 피로, 오한, 발열, 멀미, 근육통이 해당 임상시험에 보고된 부작용이었다.

이와 관련, 옌스 슈판 독일 보건장관은 최근 기자회견을 통해 "부작용에 대한 보고들을 조사하고 있고 이를 매우 심각하게 받아들인다"면서도 "백신 접종에 대해 예상했던 반응과 예상치 못했던 부작용을 구별하는 것은 매우 중요하다"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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