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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바타로 출근하고 업무 본다"…오피스까지 삼킨 '메타버스'




코로나19(COVID-19) 시대 가장 큰 변화 중 하나는 재택근무다. 일종의 ‘포상’ 개념이던 재택근무가 지금은 일상적인 업무방식이 됐다. 바이러스가 사라지더라도 재택근무 문화는 계속될 것이란 전망이다.

하지만 온라인 화상회의나 메신저 대화로는 아무래도 면대면 근무 때보다 의사소통이 충실하지 못한 문제가 있다. 실제로 만나서 회의를 하는 것처럼 생산성과 효율성을 높이는 것이 재택근무의 과제다.

8일 관련업계에 따르면 코로나19 사태가 장기화하면서 메타버스(가상공간)을 활용해 협업·생산성 툴을 개발하는 스타트업들이 전 세계적으로 주목받고 있다.

미국의 가상현실(VR) 플랫폼 스타트업 ‘스페이셜(Spatial)이 대표적이다. 이 회사는 재택근무의 한계를 극복할 수 있는 VR과 AR(증강현실) 기반 협업 솔루션을 만들었다. 모든 VR·AR 기기에서 작동할 뿐만 아니라 PC·모바일을 통해서도 사용할 수 있다.

이 솔루션은 실제 얼굴을 스캔해 3차원 아바타를 만들고 가상공간에서 함께 업무를 볼 수 있게 한다. 원격으로 근무하는 동안에도 VR기기의 마이크로 실시간 대화가 가능해 소통의 질을 높였다. ‘정서적 공백’까지 해소한다는 점이 강점이다.

줌(Zoom)을 통한 화상회의의 경우 1대 N명 등 다수의 참여자를 대상으로 했을 때 효과적이다. 스페이셜은 고개를 돌려 옆 사람과 이야기하거나 어떤 사람에게 다가가 그 사람과 대화할 수 있는 더욱 인터랙티브한 사용자 경험을 제공한다.

스페이셜에는 회의공간과 프레젠테이션, 포스트잇을 붙이는 브레인스토밍이나 디자인·갤러리 등의 툴이 제공된다. 문서·이미지·비디오·웹사이트 등 각종 자료들을 공간이나 화면 제약 없이 스페이셜 안에서 만들고 공유할 수 있다.




페이스북 코리아는 지난 6일 자사 VR기기 오큘러스 퀘스트2를 활용해 가상공간에서 미디어 간담회를 개최했다. 참석자들은 영화 '킹스맨'의 비밀요원 회의 장면처럼 각자 다른 공간에 위치하면서도 같은 공간에 모여 대화를 나눴다.

스페이셜 공동창업자인 이진하 최고제품책임자(CPO)는 미국 뉴욕에서 참석했다. 이 CPO는 "코로나19 유행 한 달 만에 스페이셜에 들어온 업무요청만 10배 이상 증가했다. 연간 사용량도 1년 만에 130배 늘었다"고 전했다.

그는 “기존에는 업무에 필요한 인력을 뽑는 영역이 회사의 반경 15km였다면, 앞으로 이 영역이 1만5000km까지 늘어날 경우 100만배 이상 인력풀이 넓어질 수 있다”며 “아바타로 하는 미팅이 편하다고 느끼는 순간이 올 수 있을 것”이라고 했다.

스페이셜은 이 같은 기술력을 인정받아 지난해 1월 1400만달러(165억원)의 시리즈A 투자를 유치했다. 2017년 창업 이후 3년간 유치한 투자액은 2200만달러(246억원)로 전 세계적으로 주목받는 스타트업으로 성장 중이다.




해외 벤처캐피탈(VC) 업계는 스페이셜처럼 메타버스 등 가상공간을 활용한 협업·생산성 툴을 제공하는 스타트업에 주목하고 있다.

지난해 △협업 이메일 업체 프론트 5900만달러(660억원) △문서작성 앱 노션 5000만달러(558억원) △API 개발자용 협업 플랫폼 포스트맨 1억5000만달러(1676억원) △직원 커뮤니케이션 앱 워크비보 1600만달러(178억원)의 투자를 유치했다.

국내의 경우 원격회의 플랫폼을 제공하는 스타트업들이 있지만 메타버스 영역까지 진출한 곳은 아직 눈에 띄지 않는다. VR·AR 디바이스 보급이 정체돼 있었고 소비자들의 관심도마저 떨어져 기술 개발이나 투자유치가 쉽지 않았던 것으로 분석된다.

하지만 최근 오큘러스 퀘스트2가 완판 행진을 이어가고 관련 콘텐츠에 대한 관심이 커지면서 분위기가 바뀌고 있다. VR게임 개발사 미라지소프트가 최근 20억원의 투자를 유치하는 등 국내 메타버스 관련 시장도 태동할 조짐이 나타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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