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은행·IB 출신도 P2P 스타트업으로…금융권 취업판 바뀔까



이미지=게티이미지뱅크

#외국계 투자은행(IB)에서 인수합병(M&A)와 기업공개(IPO)등 기업금융을 담당해오던 C씨는 최근 온라인투자연계금융(온투업) 스타트업 피플펀드로 회사를 옮겼다. 기존 회사보다 연봉 등 처우는 낮았지만 온투업의 사업모델이 가치가 있고 성장성도 높다고 판단해서다. 투자은행과 다른 핀테크 스타트업의 자유롭고 능동적인 분위기에도 도전해보고 싶었다. C씨는 "오너십을 갖고 주도적으로 신산업에 도전해볼 수 있다는 점에서 이직을 후회하지 않는다"고 전했다.

올해부터 제도권에 편입된 온라인투자연계금융업(온투업·P2P) 스타트업들이 금융권 인재들을 빨아들이기 시작했다. 아직 초기단계인 만큼 이동규모 자체가 크지는 않지만 IB나 시중은행에서도 인재들이 이동하기 시작하면서 앞으로 금융권 채용시장에도 변화가 찾아올 것이란 전망도 제기된다.


"임원 3명 중 한명은 금융권 출신…금융권 인재 늘고있다"


5일 관련업계에 따르면 국내 온투업 스타트업들은 최근 공격적으로 인재를 영입하고 있다. 특히 피플펀드, 8퍼센트, 렌딧 등 1호 온투업 스타트업들은 IT업계 개발자는 물론 상품 개발, 영업·마케팅, 재무 등 금융전문인력 영입에도 열중하고 있다.

피플펀드는 올해 1월 100여명이던 임직원 수가 이달 160명으로 늘어났다. 이중 은행, 보험사, 증권사 등 국내 금융기관 출신 임직원은 26명에 달한다. 특히 파트장 이상 임원급의 경우 세명 중 한 명이 금융권 출신이다. 피플펀드 관계자는 "금융기관 출신 인력들이 하나 둘 영입되면서 이제는 이들의 네트워크로 신규유입이 가속화되는 모습"이라고 말했다.

렌딧과 8퍼센트에도 금융권 인재 유입이 이어지고 있다. 렌딧에 따르면 최근 저축은행, 카드사, 자산운용사 출신 경력직 직원들이 입사했다. 글로벌 핀테크 업체 출신들까지 합치면 규모는 더 많아진다고 덧붙였다. 김성준 렌딧 대표는 "미국은 신용대출의 10%를 P2P금융이 담당하는 만큼 국내에서도 성장가능성이 높아 금융권 인재들의 지원이 늘고 있다"고 했다.

임원급으로의 이동도 활발하다. 8퍼센트는 앞서 서상준 전 우리은행 지점장과 안병수 전 삼성카드 상무를 준법감시인과 감사로 각각 영입한 데 이어 이달에는 마스터카드 뉴욕본사의 유재민 전 디렉터를 CSO(최고전략책임자)로 선임했다. 후발주자인 윙크스톤파트너스 역시 민정규 전 하나은행 차장을 부사장으로, 여의주 전 피델리스자산운용 자산운용1팀 팀장를 이사로 영입했다.


근무 중인 8퍼센트 직원들 /사진제공=8퍼센트



"성장가능성·워라밸 추구 분위기, 온투업 스타트업으로"


업계 관계자들은 온투업의 제도권 편입으로 성장가능성을 높게 본 금융권 인재들의 이직 수요가 늘고 있다고 강조했다. 렌딧 관계자는 "금융권에서 합류한 직원들은 대부분 성장가능성과 온투업의 사업미션에 공감한 경우가 많다"고 했다. 익명을 요구한 한 관계자도 "아직 온투업 스타트업의 처우가 파격적이라고 할 수는 없지만 금융기관 인력들이 모이는 것은 성장가능성을 높게 보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기존 금융권의 보수적인 분위기를 꺼려하고 일과 삶의 균형(워라밸)을 추구하는 MZ(밀레니얼)세대의 성향도 영향을 미친 모습이다. 피플펀드 관계자는 "능동적이고 자유로운 스타트업 분위기에 만족하는 직원들이 많다"며 "IB업계 출신 직원의 경우 워라밸을 좇아 입사한 사례도 상당수"라고 전했다.

업계는 앞으로 연봉인상이나 스톡옵션 부여 등 처우를 확대해 인력유입을 가속화한다는 계획이다. 실제 8퍼센트는 지난달 이사회를 통해 임직원 스톡옵션을 추가부여하기로 결정했다. 현재 채용 중인 기관영업, 재무 등 직군의 신규 직원들에게도 스톡옵션 부여 기회를 제공하기로 했다.

업계 관계자는 "온투업 스타트업들이 시장 태동기에 주도권을 잡기 위해 고급인력을 경쟁적으로 유치하고 있다"며 "최근 대규모 투자유치에도 성공하고 있는 만큼 스톡옵션 제공, 연봉인상 등 다양한 유인책을 마련해 인재들을 흡수할 전망"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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