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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법률판] "재계약 약속 믿고 인테리어 새로 했는데"…갑자기 나가라는 집주인



본문 내용과 관련없습니다./사진=게티이미지

재계약을 약속한 전셋집 집주인이 말을 바꾸는 바람에 곤경에 빠진 임차인의 사연입니다. 집주인의 변심으로 인테리어 비용을 그냥 날려야 할 판인데요.

A씨는 아파트를 사무실 겸 주거지로 사용하고 있습니다. 집에서 머무는 시간이 남들의 배는 되는 만큼 인테리어에 매우 신경을 쓰는 편입니다.

A씨는 2년 전 새 아파트에 입주할 때 집주인에게 시세보다 전셋값을 높게 줄 테니 재계약을 약속해달라고 당부했습니다. 집주인도 이 같은 제안을 흔쾌히 수락했고 A씨는 시세보다 5000만원 비싼 가격에 전세계약을 맺었습니다.

다만 임대차계약서에 재계약을 보증한다는 내용을 추가해달라는 A씨의 요구는 받아들여지지 않았습니다. 집주인은 "내가 이렇게 확실히 얘기하는데 그게 왜 필요하냐"고 큰소리를 쳤습니다. 결국 재계약 약속은 구두로만 이뤄졌습니다.

그런데 재계약 시점이 임박하자 집주인은 말을 바꿨습니다. 자신이 들어와 살겠다며 전세계약 연장을 거부한 건데요.

A씨는 집주인의 전세계약 연장 약속만을 믿고 현재 살고 있는 집 인테리어 비용으로 2000만원을 썼습니다. 전세계약이 연장될 것이라고 믿었기에 이사 갈 다른 집을 알아보지 않은 것도 물론입니다. 인테리어 비용은 비용대로 날리고 전셋집도 새로 구해야 할 상황에 놓인 A씨, 다른 해결책이 없을까요?



/사진=온라인 커뮤니티

◇'계약 연장→실거주'…갑자기 말바꾼 집주인

지난해 주택임대차보호법이 개정되며 발생한 혼란으로 A씨 사례와 같은 집주인과 임차인 사이의 갈등 사례가 종종 들려오곤 합니다. A씨의 경우 갑자기 마음을 바꾼 집주인에게 대항할 방법이 아예 없는 걸까요?

세입자는 전세계약 기간이 끝나기 6개월부터 2개월 전까지 기존 계약을 갱신해줄 것을 요구할 수 있습니다. 이는 개정법 시행 이전의 계약에도 소급 적용되기에 A씨 또한 계약갱신청구권을 가집니다.

집주인은 법에 정해진 사유 없이는 임차인의 계약 연장을 거절하지 못합니다. 법정 갱신 거절 사유는 크게 △무단 전대차나 차임 연체 등 임차인에게 귀책사유가 있을 때 △임대인이 임차인에게 상당한 보상을 하기로 합의했을 때 △철거나 재건축 등의 사정으로 임대차를 계속하기 어려울 때 △집주인이나 그 직계존 비속이 실거주할 예정일 때로 나눌 수 있습니다.

집주인은 실거주를 이유로 A씨의 계약갱신청구를 거부한 셈입니다. 이런 경우 임차인 입장에선 억울해도 일단은 이사를 나가는 수밖에 없습니다. 그 이후에 집주인이 A씨를 내보내려고 실거주하겠다는 거짓말을 했음을 알게 된다면 그때 손해배상청구가 가능합니다.

예를 들어 집주인 자신이 살겠다고 계약갱신을 거절해놓고 부동산에 집을 내놓거나 집을 텅 비워둔다면 이는 현행법 위반으로, 집주인은 임차인의 손해를 배상해줘야 합니다. 다만 실거주 예정이던 직계존속의 사망 등 임대인의 갱신거절 당시에는 예측이 힘들었던 사정이 생겨 제3자에게 집을 임대하게 되는 경우는 예외입니다.

계약갱신을 거절한 집주인의 집에 실제로 누가 살고 있는지 확인하려면 법원 등기소나 주민센터에서 해당 주소의 확정일자 정보를 열람해보면 됩니다.

◇구두계약 인정받기 어려운 이유

A씨는 2년 전 계약 당시 집주인과 했던 구두계약이 왜 성립하지 않는지 의문이라는데요. 구두로 추가한 임대차계약의 특약사항은 효력이 없는 걸까요?

사실 계약을 반드시 서면으로 해야하는 것은 아닙니다. 법적으로 인정되는 계약은 서면이 있든 없든 핵심은 '청약과 승낙의사의 합치'에 있습니다. 그러나 말로 뭔가를 약속했다고 해서 매번 법률상 효력이 인정된다면 모든 사람들이 소송에 휘말릴지도 모르죠.

이 때문에 법원은 "청약의 의사표시는 그 내용이 이에 대한 승낙만 있으면 곧 계약이 성립될 수 있을 정도로 구체적이어야 하고 승낙은 이와 같은 구체적인 청약에 대한 것이어야 한다"고 판시했습니다. (대법원 1992. 10. 13. 선고 92다29696 판결)

즉 구두계약이 성립하려면 명확한 증거를 통해 그 내용을 증명할 수 있어야 합니다. 그렇지 않은 이상 계약 효력을 주장하는 것은 무리입니다. 증명책임은 계약의 효력을 주장하는 A씨 측에 있기에 A씨는 우선적으로 과거 집주인이 '재계약을 하겠다'고 말한 녹음파일이나 주고 받은 문자 등 확실한 근거를 찾아보는 게 좋습니다.

만일 발견한 증거로 인해 계약 사실이 확실해진다면 A씨는 채무불이행을 이유로 집주인에게 법적 책임을 물을 수 있습니다.

글: 법률N미디어 정영희 에디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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